겨울에게
마경덕
내 가 앉았던 자리가 그대의 지친 등이었음을 이제 고백하리.
그대는 한 마리 우직한 소. 나는 무거운 짐이었네 그대가 가진 네 개의 위장을 알지 못하고 그대를 잘 안다고 했네 되새김 없이 저절로 움이 트고 꽃 지는 줄 알았네.
그대가 내뿜는 더운 김이 한 폭의 아름다운 설경(雪景)인 줄 알았네.
그저 책갈피에 끼워 둔 한 장의 묵은 추억으로 여겼네 늦은 볕에 앉아 찬찬히 길마에 해진 목덜미를 들여다보니 내 많은 날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알겠네.
거친 숨 한 발 한 발 내딛는 그대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성자를 떠올리네 퀭한 눈 속의 맑은 눈빛을 생각하네 별이 식어 그대의 병이 깊네.
Winter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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