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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등록일 : 2009-04-05 12:49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뜰 거야

백화점에 가서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메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갈까?

"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 번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
.
.
[詩 : 황 정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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