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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남 주나! 등록일 : 2011-04-30 08:47

배워서 남 주나!
"여보! 이 리포트는 어떻게 쓰는 거야?"
"음! 자기 공부는 자기가 합시다."
"좀 알려주면 안돼?"
"안돼!"
좀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내 처는 50을 바라보면서 더 미룰 수 없다며
이번에는 꼭 학교에 가겠다고 말했다.
우리집 식구들은 모두가 학생이다.

50이 지났어도 박사학위는 받아야 한다는 아집에
만학도인 가장인 나, 대학 2학년인 아들,
그리고 고2인 딸, 여기다가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고 단호하게 학생이 된 처.
"이거! 식구 모두 학생 하면 누가 학부형 하나"
하여도 물러날 기미가 없다.

그 성화에 결국 하고 싶어 하던
사회복지학과에 등록하였다.
날마다 컴퓨터 앞에서 무엇인가를 한다.
사실 이제 배우려하니 막막한지 나직한 한숨을 쉰다.

"그러게 늦게 무슨 공부한다고 청승이람."
딸아이가 보기 안쓰러운지 자기 방에서 얼굴을
반만 내밀고 입을 삐죽하면서 핀잔을 준다.

새벽까지 시험 준비를 한다고 혼자서
가장 늦게 자고 가장 일찍 일어난다.
스무 살 초반에 결혼해 다니던 학교도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 영 아쉬운가보다.

그저 아이들 키우고 가난한 집안 살림 돌보다보니
어느새 50줄을 바라보는 나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살아서인지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고 말한다.
진작 보냈어야 하는데...

젊은이들이 있는 곳에 가서 있어서인지
그동안 들어 보지 못한 소리를 한다.
입고갈 옷이 없다나, 머리스타일이 구식이라나...
좀 젊어진 것은 분명하다.

"그 나이에 무엇 하러 학교에 나가나?"
"배우러 가지!"
"배워서 뭐하게?"
"당신은 그렇게 많이 학교에 다니고서도
그 답을 몰라? 배워서 남 주나!"

- 오영복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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