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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늙어서 당신과 살고 싶어 등록일 : 2011-05-16 23:24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었으면 좋겠어..
개울물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거야

잠 없는 난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을 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마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식사를 준비할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 안이 솜사탕 문듯 할 거야...
이 때 나직히 모짜르트를 울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넛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 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히 들던 햇빛이 물러 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들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등에 기대 소리내어 울고도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백화점에 가서
당신의 넓은 가슴 덥힐 스웨터를 살 거야...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색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매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 갈까...?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가을엔 은빛 머리 곱게 빗어 넘기고
헤이즐넛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번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당신 좋아하는 서점에 들러
책 한 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난 당신 책 읽는 모습 보며
화폭속에 내 가슴속에 당신의 모습 담아
영원히 간직할 거야


나 늙어서 그렇게 그렇게 당신과 살고 싶어.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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