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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얼굴 등록일 : 2012-06-22 07:51

친구의 얼굴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 초등학생이라고는
연희와 저 둘뿐이었습니다.
네다섯 살짜리 꼬마들과 함께 동네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귀신놀이도 하면서
어느 덧 저와 연희는 절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활달한 연희가 마음에 들어 친구가 되었지만
저는 점점 연희에게 질투를 느꼈습니다.

항상 동네 어르신들은 연희부터 찾았고
동네 아이들도 재미있고 활발한
연희를 대장으로 모셨습니다.

동갑이었던 저와 연희는
함께 학력고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성적이 비슷했던 우리는
어느새 경쟁자가 되어
원수라도 진 것처럼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공부했습니다.

추운 밤, 공부하다 잠이 들라치면
거실로 달려 나와
연희가 공부하고 있는지를 꼭 확인했습니다.
연희네 집 등이 꺼지면
그제야 안심하고 잠들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시험 결과는
연희가 이기고 말았습니다.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요.

그렇게 못 본 시험도 아닌데
시험지를 붙들고 동네 어귀에서 울었습니다.
그런데 제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붙잡고
애썼다며 토닥여 주는 게 아닙니까.
뒤돌아보니 연희입니다.
저는 시험성적에 연연한 나머지
그 애도 친구를 잃을까봐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거죠.

지금은 부산으로 시집간 후 연락이 끊겼지만
전 아직도 제 어깨를 붙잡고
자기도 울음을 터뜨릴 듯하면서도 참고 있던
친구의 얼굴이 기억납니다.

- 박지선 (새벽편지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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