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MBC

검색

커뮤니티 좋은생각

어느 노숙인의 기도 등록일 : 2019-02-07 16:15

어느 노숙인의 기도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 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해가 아쉽고 짧았는데 모든 것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따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 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 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우연히 만날까 조바심하며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던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도
인생을 강등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오십 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아무도 없는 공원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춘다.

소주를 벗 삼아 물 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 데나 눕힌다.
차라리 비겁한 생을 마감해야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

눈물을 찍어 내는 아내와 두 아이가
"안 돼! 아빠 안돼! 아빠" 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다시 올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