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MBC

검색

커뮤니티 좋은생각

가을엔 등록일 : 2014-09-24 21:08

가을엔 

 

가을엔 이병의 앞차를 타라

길 뚫려 미리 터미널에 나가

시간 채 안 찬 차 타듯.

길 양편에서 손짓하는 억새들이 지나

그 뒤를 멋대로 색칠한 단풍들을 지나

낯익은 도시의 바뀐 모습에 한눈 팔다가

광장 한구석 조그맣고 환한 과일 좌판 위에

낙엽 한 장으로 ,혈맥(血脈) 한 장으로,

내리듯

과일에 닿기 직전

바람을 놓치고 한번 맴돌며

왜 이곳에 왔나를 환히 잊듯

그렇게 살다 가라.

 

 떠남의 한 모습.

 

★ 황동규 시집〈미시령 큰바람〉중에서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