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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등록일 : 2014-10-27 16:35

    단 풍

 

 가을은 노을을 잘라내어

 옅은 색 짙은 색 붉은 천을 만들고

 서슬 퍼런 서리는 웬 정이 많은지

 끝도 없이 솜씨를 보인다.

 

 저무는 낙조 아래로 점점이 불에 타오르고

 이 산 저 산 속에 층층이 화폭이 펼쳐진다.

 

 몇 줄의 사연은 심사를 구슬프게 만들며

 이런저런 시름 끌고 저녁 바람에 떨어진다.

 

 깊어가는 가을 향해 조락을 원망하지 말자.

 봄바람은 또 시든 풀숲에서 풀을 엮고 있을 게다.

 

김시습(1435~1493)은 청산을 떠도는 비애를 즐겨 읊었다.

단풍을 보면 늘 마음이 설렌다. 형언 할 수 없는 단풍의 아름다움은

가을 하늘을 수놓은 노을의 변신도 같고,  서리의 짓궂은 장난도 같다.

시선은 단풍잎 하나하나에 머물다가 어느새 산의 위아래로 옮겨간다.

낙엽에는 숨겨놓았던 사연이 몇줄 쓰여있는 듯 아픈 추억을 떠올리면서

어수선하게 바람에 나부낀다.  그렇다고 이 가을에 너무 조락만을

말하지 말자!  죽은 풀숲 곳곳에서 봄바람은 또다시 생명을 키워 내고

있을 테니까.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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