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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좋은생각

풀 이름 짓기 등록일 : 2015-04-02 09:04

풀 이름 짓기

          박 신 식 (1969~)

들에 나가 풀을 만나면

이름을 지어 주세요


바람에 흔들거리는 바람날개풀

흙먼지 뒤집어쓴 개구쟁이풀

늦잠 자는 잠꾸러기풀

뻣뻣하게 뻐기는 거드름풀

이슬이 마르지 않은 울보풀

쉬지 않고 팔락대는 수다쟁이풀

허리 꺽여 기운 없는 할미풀

사알짝 고개 내민 애기풀

무럭무럭 자란 키다리풀

빙그르르 춤 잘 추는 춤풀


어쩜

이름을 다 지어주기도 전에

온몸이 풀빛으로 물들 거예요

진하디진한

풀들의 웃음소리에



봄이 오면 들에는 쉬지 않고 팔락대는 수다쟁이 같은 풀들이 돋아난다.

새로 돋아나는 풀냄새는 얼마나 싱그러운가.  풀빛은 또 얼마나 눈부신가.

풀이 돋아나면 들길도 풀빛. 하늘도 풀빛. 아이들 목소리도 푸른 풀빛으로

눈이 부시게 빛난다.

 들에 나가 풀을 만나 이 동시처럼 '바람날개풀, 개구쟁이풀, 잠꾸러기풀, 울보풀,

수다쟁이풀'. 이름을 지어 주면 온몸이 풀빛으로 물들 것이다.

아이들은 온몸이 풀빛으로 물들어 풀밭을 뛰어다니고, 새들도 풀빛으로 물들어

포롱포롱 풀밭 위를 날아다닐 것이다.  새로 돋은 풀을 뜯어먹는 염소 뿔도

향긋한 풀빛으로 물들고, 그 염소 뿔에 앉으려고 나비가 팔락팔락 날아오기도 하리라.

                                                                 이준관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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