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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배가 고파 등록일 : 2016-09-24 06:06

이제야 배가 고파
매섭게 찬바람 때문에
배고픔이 더 강렬하던 겨울,

초등학생이던 저는
아버지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덕 너머로 보이기 시작한 아버지..

"아빠!" 라고 크게 소리치면서
달려갔더니
멋쩍어하면서도
아버지 얼굴은 환해지더군요.

저희 부자는
그대로 밥을 먹으러 골목으로 들어갔죠.

지금 시간은 열려 있는 식당도 거의 없습니다.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조그만 식당 하나만
불이 켜져 있습니다.
어렵게 식사를 부탁해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제 몫만 시키더군요.

"마저 먹어라.
난 저녁 먹고 왔다."

전 그 말씀을 철석같이 믿고
육개장을 다 먹어치웠지요.
아버지는 그런 절 쳐다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시구요.
제가 밥먹기를 멈추니까
그때서야 제가 남긴 음식을 드셨습니다.

"음식 남기기가 아까워서 그러는 거야."

멋쩍게 말씀하시던 아버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자식의 배가 불러야 비로소 배고픈 사람이
아버지라는 것을..

- 안상호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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