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MBC

검색

커뮤니티 좋은생각

하늘나라 네 시어머니가 '문자'를 안받아! 등록일 : 2006-12-05 00:12

(오래전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 보았던 글이다. 글을 다 읽었을 쯤 왠지모르게 콧잔등이 시려왔다.)

내게는 핸드폰 두 대가 있다. 한 대는 내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나라에 계신 시어머님 것이다. 내가 시부모님께 핸드폰을 사드린 건 2년 전. 두 분의 결혼기념일에 커플 핸드폰을 사드렸다. 문자기능을 알려 드리자 두 분은 며칠 동안 끙끙대시더니 서로 문자도 나누시게 되었다.

그러던 올 3월 시어머님이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셔서 유품 가운데 핸드폰을 내가 보관하게 되었다.

그러고 한 달 정도 지날 무렵. 아버님이 아파트 경비일을 보시러 나간 후 '띵동'하고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어머님 것이었다.

"여보, 오늘 야간조니까 저녁 어멈이랑 맛있게 드시구려." 순간 난 너무 놀랐다.

혹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치매증상이 오신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함이 몰려왔다.

그날 밤 또 문자가 날아왔다. "여보, 날 추운데 이불 덮고 잘 자구려. 사랑하오."남편과 나는 그 문자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남편은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아버님은 그 후 "김 여사 비 오는데 우산 가지고 마중가려는데 몇 시에 갈까요? 아니지. 내가 미친 것 같소. 보고 싶네"라는 문자를 끝으로 한동안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셨다.

그 얼마 후 내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어미야, 오늘 월급날인데 필요한 거 있니? 있으면 문자 보내거라."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네. 아버님. 동태 2마리만 사오세요" 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날 저녁 우리 식구는 아버님이 사오신 동태로 매운탕을 끊인 후 소주 한 잔과 함께 아버님이 하시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아직도 네 시어미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 그냥 네 어머니랑 했던 대로 문자를 보낸거란다. 답장이 안 오더라. 그제야 네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알았다. 모두들 내가 이상해진 것 같아 내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던 것도 안다. 미안하다."그날 이후 아버님은 다시 어머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지 않으신다. 하지만 요즘은 내게 문자를 보내신다.

지금 나도 아버님께 문자를 보낸다. "아버님. 빨래하려고 하는데 아버님 속옷은 어디다 숨겨 두셨어요?"

손현숙*조인스닷컴과 SK텔레콤.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올 12월까지 진행하는 '올바른 휴대전화 사용문화 만들기 캠페인'(goodmobile.joins.com) 수기 공모전 '모바일의 추억'에서 1등으로 당선된 손현숙씨의 글이다.

댓글(2)
  • 2006-12-07 20:01

    나이들어서도...
    다정하게 손과발이 되어주시..
    나이들어서도...
    다정하게 손과발이 되어주시는 어른들을 보노라면....
    저도 모르게 얼굴에 환한미소가 그려지네요!!!
    저렇게 살수있다는것이 행복이구나...

  • 2006-12-08 00:17

    아무리 세상이 삭막해져 간다지만 주위에서
    아무리 세상이 삭막해져 간다지만 주위에서 저런 기사를 보면 왠지모르게 가슴이 뭉클하네요 저도..^^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