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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꼴찌 등록일 : 2007-12-12 11:19


      지난해 가을, 회사 체육대회의 마지막 종목인 마라톤 경주에 대표
      선수로 출전했을 때의 일이다.

      우리팀의 우승을 위해 꼭 일등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나는 주먹을
      꼭 쥔채 한참을 앞만 보고 달리던 중이었다.

      갑자기 나보다 훨씬 앞선 선두 그룹의 한 선수가 달리던 도로에서
      갑자기 벗어나더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포기하는가 보다. 경쟁자가 하나 줄었군' 생각하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얼마 뒤 나를 비롯한 선수들이 속속 결승선을 끊고 들어오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 선수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걱정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저 멀리 그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시커먼 검댕이옷 여기저기에
      묻어 있고, 땀으로 젖은 얼굴은 불에 데인 듯 온통 불그스레한 것이
      여간 지친 모습이 아니었다. 어쨌든 그 선수를 마지막으로 마라톤을
      마치고 체육대회도 무사히 끝났다.

      그런데 나중에 그 친구에게 사연을 전해 듣고, 경쟁자가 하나 줄었다고
      좋아했던 내 모습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갑자기 불이 나 다급해진 아주머니가 우연히 자기집 앞을 뛰어가던 그
      친구를 붙잡고 사정을 하는 바람에 그는 달리던 것을 멈추고 헛간의 불을
      끄느라 온몸이 잿가루에 덮이고 화상을 입어 울긋불긋해졌던 것이다.

      다행히 불을 다 끄고 고맙다고 붙잡는 아주머니에게 냉수 한 그릇만 얻어
      마시고는 아무도 없는 마라톤 코스를 혼자 끝까지 달려왔다고 했다.
      그날 마라톤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꼴찌로 들어온 그 친구의 얼굴에 서린
      흐뭇한 미소를 보지 못했다.

      그날의 진정한 승자는 그 친구였다.


      - 아름다운 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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