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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라는 말에 종신보험을 들다 등록일 : 2018-05-09 15:33

자기라는 말에 종신보험을 들다 / 손택수



자기라는 말, 참 오랜만에 들어본다
딱딱하게 이어지던 대화 끝에
여자후배의 입술 사이로 무심코
튀어나온 자기, 어
여자후배는 잠시 당황하다
들고 온 보험서류를 내밀지 못하고 허둥거린다
한순간 잔뜩 긴장하고 듣던 나를
맥없이 무장해제시켜버린 자기,
사랑에 빠진 여자는 아무 때고
꽃잎에 이슬이 매달리듯
혀끝에 자기라는 말이 촉촉이 매달려있는가
주책이지 뭐야, 한번은 어머니하고 얘기할 때도 그랬어
꽃집 앞에 내다논 화분을 보고도
자기, 참 예쁘다
중얼거리다가 혼자서 얼마나 무안했게
나는 망설이던 보험을 들기로 한다
그것도 아주 종신보험을 들기로 한다
자기, 사랑에 빠진 말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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