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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名不虛傳), 고성현 !(10월 11일 고성현독창회 감상기) 등록일 : 2012-10-13 16:30

명불허전(名不虛傳), 고성현! (10월11일 고성현독창회 감상기)

 

                                            차   성   수

 

Ⅰ.

명불허전(名不虛傳).

명성이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라 이름이 날만한 까닭이 있음.

과연 그랬습니다.

금세기 최고의 바리톤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황홀한 밤을 우리에게 선물했습니다.

 

지난 봄의 4인4색 콘서트와는 달리

고성현의 단독 리사이틀이었습니다.

이 분 단독 공연은 처음 경험했는데

탁월한 역량을 마음껏 쏟아낸 드라마틱한 무대였지요.

세계적으로 입증된 웅장한 성량,

가을밤의 정감을 한껏 실은 섬세한 여린음,

우주와 맞닿아 있는듯한 신비한 품격의 보이스 컬러,

모골을 송연하게한 극적 멈춤 - 그 찬란한 정적(靜寂),

고, 중, 저음, 어느 하나 소홀함없는 완벽한 터치,

오페라로 훈련된 세련된 몸동작과 무대 매너,

무엇보다도 정성 가득하고 자연스러운 가창(歌唱),

금년 가을의 낭만은, 이날 하룻밤 만으로도 충분할 정도였습니다.

 

이번 무대는 “청산에 살리라”는 타이틀로 열렸는데

우리 가곡(봉숭아, 명태 등 9곡)과 동요(섬집아기 등 4곡)로만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앙콜곡(가요 푸르른날에, 하망연).

첫곡 '울밑에선 봉숭아'가 시작되는 순간 

중저음의 아름다운 음성이 예술회관 안에 풍성히 울려퍼지면서

가을밤의 감동은 시작되었고,

최종곡 '명태'에 이르기까지 흥분과 탄식, 긴장과 이완이 교차하면서

깊은 호소력으로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이 중에서 “山아”는 처음이었는데

매우 드라마틱한 가곡으로 느낌이 독특 장엄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창의적 실험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레퍼토리 구성도 그렇지만,

셈 여림, 빠르고 느림, 나아감과 멈춤, 청중과의 소통, 정확한 우리말 발음, 등등.

또한 새로운 편곡의 동요는 어린 관객들을 위한 배려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어른들의 추억여행을 위한 ‘마들렌의 쿠키’였습니다.

 

 

Ⅱ.

저희는 온 가족이 출동했습니다.

이 음악적 세례의 기회를,

영혼과 마음의 힐링캠프를, 놓칠순 없었지요.

수능을 약 30일 앞 둔 고3 아이도 수업에서 나와 함께했습니다.

이 녀석 말이 걸작입니다.

“음악을 통해 우뇌를 자극하는 일은 수능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초등학생 아이도 연주회 내내 초정밀의 집중으로 즐겼습니다.

제가 뒤에 물었지요.

<아빠> “신영아, 오늘 노래 중에 아는 노래가 몇곡이었어?”

<딸>: “응, 서너곡 정도.”

<아빠>: “재밌었어?”

<딸>: “응, 재밌고 정말 노래 잘했어.”

<아빠>: “그래? 좋았구나. 그런데, 모르는 노래인데 잘하는지 어떻게알아?”

<딸>: “노래 잘하는 것은 알수 있어요.”

<아빠>: “어떻게 알수있어?”

<딸>: “응, 그냥 알아.”

 

 

Ⅲ.

참,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 사실.

여수 순천 광양의 청중들 매너 또한 환상적이었음을 말씀드립니다.

노래가 훌륭하였기에 지극히 자연발생적이었겠지만,

열렬한 박수와 탄성, 브라보의 외침이 계속 터지며

성악가를 격려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마련한

여수 MBC와 순천문화예술회관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진정 깊이있는 정통 문화예술에 굶주린 가련한 시민들이 제법 많답니다.

한편, 조금 아쉬웠던 것이 있었지요.

이 세계적인 예술가의 감동의 마당에

시민들의 참여가 다소 미흡했다는 사실입니다.

고성현교수가 연주회 말미에 웃으며 넌지시 한말씀 하셨지요.

“이렇게 객석이 허전한데서 노래하기는 처음입니다,, 허허허,,”

다양한 방식의 홍보가 부족했을까요?

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 부족일까요?

문화적 경험을 위한 정책적 전략적 배려가 필요한 걸까요?

(물론 이런 경우에 청중들의 억지 동원은 절대 금물입니다.)

아니면, 입장료가 다소 비쌌나요?

(참고로, 동일한 프로그램의 독창회에서

서울은 10만원(R석), 창원은 5만원(균일), 순천은 3만3천원(R석)이었음)

하지만, 전기(前記)한 바와 같이

알짜관객들이 가슴 벅찬 감동을 열렬히 표현해주었기에

연주자도 행복했으리라 믿습니다.

 

 

Ⅳ.

집에 돌아오는길,

들었던 가곡을 흥얼거리는데,

화단에 우뚝선 금목서(만리향)의 붉은꽃이 토해내는

상큼하고 깊은 향기가 온 몸을 휩싸고 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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