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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종합항운노조원 여러분께 등록일 : 2005-09-16 08:10

여수종합항운노조원 여러분께


‘05년 9월 15일 새벽 유명을 달리하신 고 김익준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른 새벽 차가운 천막 안에서 가족의 미래와, 지금까지 함께 지내온 동료들을 두고 이 세상을 넘었을 고 김익준님의 가정에 그분이 그토록 원했던 하나님의 안녕과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고 김익준님이 생존권 사수를 명분으로 대립하였던, 그리고 현재 여러분들이 점거하고 계시는 남해화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입니다. 회사 담장을 뛰어 넘어 오시던 항운노조 가족분들을 가로막던 사무직 노동자입니다. 농성하는 아주머니들 사이사이에 햇볕을 받아가며 잔디에 누워 자고 있던 순박한 아이들을 보며 슬퍼하던 청년입니다. 저도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세상 험한 꼴 보여주기 싫은 부모 맘을 어느 정도 아는 부모 된 청년입니다. “얼마나 힘들면 자식까지 데리고 나왔겠냐?”하시는 말씀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하지만 제발 우리 아이들에게 만은 엄마ㆍ아빠가 남을 저주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하는 부모입니다. “아주머니들이 지금 넘어오려는 곳은 스팀이 나오는 위험 지역이니 제발 물러 나세요!”라고 말하던 아들 같은 젊은 청년입니다. 그러다 흥분한 몇몇 아주머니들에게 양어깨가 물리고, 휘두르던 꽹가리에 얼굴까지 맞았던 그날 아주 지독히도 운이 없던 몇몇 직원들중의 한 사람입니다. 사무직으로 근무하여 혹시라도 여러분들의 말씀처럼 “책상에 앉아 팬대만 굴려대며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고 있는” 저주 받은 인간이 될지 몰라 지극히 단순한 고민을 하던 아주 순진한 젊은 이가 생존권사수라는 명분으로 저희 회사를 점거하고 있는 여러분들을 향해 제 생각을, 아니 제 나름의 최대한의 합리성과 정의를 생각하며 감히 글을 올리니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엊그제 여러분들이 남해화학 직원들에 대한 퇴근저지로 밤 10시 무렵에 집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덕에 회사를 방문한 혹은 작업을 하던 외주업체가 그 시간까지 묶여 있었던 건 당연합니다. 여러분들의 말씀처럼 “우리들은 죽어가는 데 그깟 퇴근이 문제냐?”라는 말도 맞습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이 정당화된지 오래된 사회이니까요. 하지만 오늘 이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사무실을 외부에서 각목으로 출입을 막고 있는 것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오늘 이건 아닙니다. 도대체 세상 어디에 쓰러진 저희 직원을 병원으로 후송하려는 사람을 가로막는 경우가 있습니까? 이일은 용서 받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그분의 신변에 무슨일이 발생한다면 분명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처음에는 손톱으로 할퀴다 물어 뜯고, 이제는 만만하니 쓰러진 사람까지 후송을 못하게 하는 것입니까? 여러분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정당방어마저도 자제하고 있는 저희들에게 어느 선까지의 자제를 요구하시는 겁니까?


제가 알고 있는 회사는 대외이미지 때문에 여러분들과의 정면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고통이전에 저희 회사는 올 6월 90여명의 인원을 대량감원 하였습니다. 저희 월급으로 선배들의 명퇴금을 충당하여 반평생의 직장을 떠나 보냈습니다. 떠나야 했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원재료가격은 급등하였고 고임금자의 증가로 회사 경영은 어려워 졌습니다. 농민의 기업인 남해화학이 농민에게 고통을 부담시키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용단이었습니다. 남은 자와 떠난 자 둘 다 서로와 명분을 위한 용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어떠합니까?

기계화 상차작업이후 산업혁명때의 기계파괴운동처럼 여러분들은 저희 회사의 경비절감 노력을 저지와 파괴의 집단행동만으로 대처하여 왔습니다. 대화와 타협을 위해 가족들을 동원하고 이제는 어린아이들까지 동원하고 있습니다. 엄연히 여러분들과 교섭을 할 수있는 대상자는 대한통운입니다. 저희 회사는 대한통운과 계약을 하였고 협상이 결렬되어 계약해지를 통보하여 공식적으로 여러분들이 이곳에 와서 저희 직원들을 막고 있을 이유나 권리가 없습니다. “막는 사람이나 나가는 사람은 xxx를 깨버리겠다.” 라는 식의 폭언을 삼가 해 주십시요.


그리고 더 이상 저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회사에 대한 오도를 삼가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회사는 여러분들의 음식물 반입을 막은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유유히 음식을 사 들였고 직원들이 근무하는 바로 옆 공간에서 노동가를 부르며 술을 마셨습니다. 지금도 여러분들중 일부는 진한 술기를 발동하며 저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으시다면 이러한 행동은 자제해 주십시요. 여러분들이 이송을 막았던 그분은 현재 전대병원으로 이송중이라고 합니다. 만일 여러분들과의 마찰이 없었더라면 이곳 여수 병원에서도 해결될 일 일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직원들의 퇴근을 저지하지 마십시요. 자정이 넘어 다음날이 되어서 까지 다른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는 공간을 침탈하고 퇴근을 못하게 감금하고 있는 지금의 행동이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됩니다. 집단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더 이상의 폭력이 되풀이 돼서는 안됩니다. 여러분들이 점거하고 계시는 공간은 저희가 근무하는 곳입니다. 여러분들의 집단행동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시길 바랍니다. 정당함이 결여된 집단행동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후유증을 생각하십시요. 오늘 데려온 자식들의 눈에 비친 저주만을 삼키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돌이켜 보십시요. 그리고 저희 회사에 일하러 들어오신 분들의 귀가까지 가로막는 일은 이제 그만 삼가 해 주십시요.


부탁입니다.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올바른 방법을 선택하십시요. “이틀간 못나가게 감금 시켜버리겠다?”라는 말보다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고 200여만원/월을 받는 다는 말부터 설명 해주십시요. 그리고 가족마저도 내보내야 했던 저희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더 많은 임금을 주고 여러분들에게 일을 시켜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저의 생각에 잘못이 있다면 답글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2005. 9. 15

남해화학에 근무하는 어느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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