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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양심의 보루로 거듭나야(네번째 글) 등록일 : 2006-08-11 16:10

대통령님과 국민에게 호소합니다.


아래의 글은 지난 4월17일부터 21일까지 인터넷신문 브레이크뉴스에 실린 것을 더 자세하게 보충한 내용입니다. (http://www.breaknews.com)


검찰은 양심의 보루로 거듭나야(네번째 글)


약육강식의 공식이 지배하는 검찰


1999년 10월 청주지검이 대림개발(현 토우건설)에 대한 모종의 조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대림개발은 제 산의 핵심 시공사입니다. 저는 문어발식으로 공사를 맡아 갖은 비리를 저질러온 이 회사가 제 사건 말고 또 걸려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제 사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서울의 참여연대가 제 문제와 관련한 대림개발 서류를 청주지검에 보냈습니다.


저는 증거 서류를 더 확보하고 청주지검에 갔습니다. 담당 박재오 검사는 “대림개발 측의 비리 혐의가 포착되었으니 1주일 이내에 박차를 가해 조사를 끝내겠습니다. 약속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오랫동안 일방적으로 당해온 저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아, 사람다운 검사도 있구나. 하느님이 무심치 않으시구나.’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가장 가벼운 걸음으로 서울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틀 후 박재오 검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수고스럽지만 간단하게 진정서 한 장만 써가지고 오시지요.” 저는 2000년 1월 12일 진정서를 써가지고 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웬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박 검사는 몹시 침통한 얼굴로 “이 문제는 매우 골치 아프고 복잡해서 위에서 조사를 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아무래도 해결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완전히 절망감이 들었습니다.


얼마 후 저는 박 검사에게 다시 찾아갔습니다. 박 검사는 저에게 포기하라고 사정하듯 말했습니다. “변호사들도 다 이원성과 통하는 사람들이오. 아무리 철천지원수 같은 사람일지라도 지금 내가 그러면 내 입지만 좁아진다고요. 그 양반도 대검 차장까지 한 사람이오. 당신이 내 동생이라도 그건 정말 못하겠소.” 또 “당신이 내 평생 먹고 살 것을 책임질 수 있겠소? 그렇다면 내가 사건을 해결하겠소만...”


저는 낭떠러지로 나뒹구는 느낌이었습니다. 검사 동일체 원칙이라는 것이 현직을 그만 둔 사람까지 가담하여 자기들 편의대로 똘똘 뭉치고, 수사할 것과 하지 않을 것을 조율하는 완전히 편의주의적인 집합체로 느껴졌습니다. 검찰 조직 안에서 한 검사가 아무리 정의롭고자 해도 그 사람은 허약한 개체에 지나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공기관인 검사의 입에서 저런 말까지 나오게 된다는 것이 이 나라 검찰의 아픈 현실이었습니다.


청주지청이 조사하던 대림개발(현 토우건설) 사건은 결국 무혐의 처리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진정사건은 충주지청으로 이관되었습니다. 2005년 5월 충주지청에서 오라는 전화를 받고 갔습니다. 담당 조사관이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제가 “위에서 압력이 있을 텐데 그래도 조사가 되겠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참말로 여기서 조사를 한다는 게 어렵습니다. 청주에서 박재오 검사가 조사를 하고 사건을 끝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라고 조사관이 말했습니다. 며칠 후 진정 내용은 무혐의 처리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조사관은 바로 다른 데로 발령이 났습니다.


며칠 후 저는 우연히 라디오에서 낯익은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검사가 소신을 가지고 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무슨 법이든 뭐든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것은 박재오 검사의 퇴임사였습니다. 저는 땅이 까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김사홍을 잡아 넣으려고 벼를던 박재오 검사


O 저는 2000년 1월 10일 박재오 검사실에서 이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진정서를 내도 정의의 칼을 들이대는 검사에게 배당을 안 해줄 수 있는 것이 검찰의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선숙 : “검사님, 어떤 방향으로 조사하실 계획이세요? 예?”

박 검사 : “억울한 부분 잡아야죠.”

정 : “그런데 이게 범위가 굉장히 넓은데 조사하시기 쉽게 써가지고 왔는데요.”

박 : “이거 내 방에 안 올지도 몰라.”

정 : “예?”

박 : “내가 담당석이 아니라니까. 이거 뒤에다가 대림개발에 관련해서 박재오 검사가 수사하고 있으니까 거기다가 같이 해서 처리해달라고... 그거 써도 배당 안 올지 몰라.”


O 그러나 박 검사는 본래 대림개발의 부정과 관련하여 김사홍을 잡아넣으려는 강력한 의지를 비쳤습니다. 어느 날 박재오 검사실에서 신계장과 제가 나눈 대화의 내용입니다.

신계장 : ”일단 타겟이 김사홍이를 집어넣는 것. 시간은 아마 제가 볼 때는 이걸 검토해서 다시 해야 할 것 같아요. 장부를 해 놨나 뭘 했나. 줬다는 것도 없고 받았다는 게 양쪽이 돼야 하는데 그걸 누가 남겨 놓읍니까? 그러니까 외곽으로 착착착착 하루걸이 벽돌 한개씩 쌓는 거예요. 옛날에 니가 니 죄를 알렸다 하고 머리채 잡고 그러는 건 아니거든요.“

정 : “증거에 의해 하신다 그랬죠.”

신 : “일단 말은 절대로 아껴주시고, 여기 들어왔다는 사실이라든가 모든 걸 아껴주시고...”

정 : “저는 고지식해서 하라 그러는 건 다 해요.”

신 : “이제 상당히 우리가 수사하고 싶은 의욕만 있는 것이지, 이게 걸림돌이 탁탁 있는 거라고. 지금 우리가 기초적으로 해놨는데 그것이 과연 어떻게 될지는 우리가 장담을 못해요. 지금 일주일을 잡았으면 일주일이라. 그래봐야 턱도 없어요.”

정 : “일주일은 안 되겠네. 제가 며칠 내로 또 내려와야 겠네. 그러면...”

신 : “저희를 꼭 좀 도와주세요. 우리는 한번 칼을 빼면 필연적으로 넣어야 되니까. 우리가 또 칼 드는 데 얼마나 힘 빠지고.”

정 : “아휴. 신계장님 저도 이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도와드려야지요.”

신 : “참여연대라든가 여러 가지가 자꾸 얘기하지만 수사는 남이 알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이지 남이 알면 이미 말이 가감이 된다고. 수사는 절대로 떠벌리면 안 되고 정보를 수사 담당자하고 상의해 가면서 딱 나가야 잡을 수 있는 것이지. 우리가 칼 빼면 칼 집어넣는 거 아주 싫어해요. 우리 자존심 상해서.”


그러나 어느 날 박 검사는 이렇게 푸념했습니다. “이원성 때문에 조사를 할 수 없소. 또 김사홍은 웬 아는 검사가 그렇게 많은지 8명의 검사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박 검사의 이 한 마디 말은 검찰이 강한 듯하면서도 한없이 약한 존재임을 설명해줍니다.


‘잠 못 이루는 밤’


박재오 검사는 자신이 쓴 글 한 편을 저에게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1999년 12월 15일에 쓴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저는 이 글을 읽고 또 읽은 후 1부를 복사해서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습니다. 한 양심적인 검사의 진실을 담은 이 글을 검찰뿐 아니라 온 세상에 알리는 것이 저의 의무라고 생각하여 한 자도 고치지 않고 전문을 처음으로 공개합니다.


“사무실에서 어둠을 밝히며 산적된 사건으로 몸은 피곤하지만 나는 괴로워하지 않았소.


작은 도시에서 조그마한 임대 아파트에 사시는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은 그지없으나 나는 괴로워하지 않았소.


친구들의 모임에서 초라한 옷을 입고 있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은 그지없으나 나는 괴로워하지 않았소.


외국으로 휴가를 떠나는 친구들을 보면서 우리도 비행기 한 번 타보자는 아이들에게 안스러운 마음은 그지없으나 나는 괴로워하지 않았소.


사건 관계인의 봉투를 거절하면서 그 안에 얼마나 들었을까 궁금해 해 보았지만 나는 괴로워하지 않았소.


사건을 잘못 처리하였다면서 얼마나 출세하나 두고 보자는 말을 들었을 때 재고 삼고하며 고민하여 보았지만 나는 두려워하지 않았소.


조직폭력배들로부터 수많은 협박을 받으면서 가족의 안위를 걱정해보았지만 나는 두려워하지 않았소.


검사로 임관되기 전날 “돈 없고 힘없는 사람의 지붕이 되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새기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 없고, 주위 사람이 굽어보아도 한 점의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길 원하였으나, 요즘은 부끄러움과 괴로움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오.


전 전대통령에 대하여 공소권 없음의 처분을 하였다가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던 날 나는 부끄러움에 울었소.


늙으신 어머니, 초라한 옷을 입은 아내, 사랑하는 자식들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였소. 그리고 죄송하다고...


요즘은 눈물샘도 말라버렸다오.


어머니의 실망스러운 안색, 아내의 의아한 눈빛, 아빠의 직업을 친구들에게 말할 수 없다는 사랑하는 자식들의 분노에 찬 표정에 나는 괴로워하고 있소.


폭탄주로 괴로움을 달래면서 후배 검사들에게 검사의 덕목을 침이 마르도록 강변하던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나는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있소.


사무실에서 사건 관계인에게 올바른 삶을 살라고 충고하면서도 나는 괴로워하고 있소.


사업에 실패하여 고향을 떠나 시장에서 반찬 장사를 하면서 조상님께 명절 인사도 드리러 오지 못하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소.


자식이 훌륭한 검사가 되게 해달라고 다리의 근육이 뭉쳐 걷지도 못할 정도로 불공을 드리시는 어머님이 생존해 계시는 동안 검사의 생활을 접지 못하는 나는 괴로워하고 있소.


내일 신문과 방송에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들이 또 얼마나 많이 일어날까 걱정하며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잠 못 이루는 수많은 검사들과 함께 나는 괴로워하고 있소.


이 밤도 우리 검찰이 국민에게 사랑받고, 자랑스런 검찰이 되도록 간절히 기원하면서 마음 가득한 부끄러움과 괴로움 때문에 새우처럼 구부리고 잠을 청한다오.“


박원순 변호사의 쓴 소리


시인 윤동주는 ‘서시’에서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부정과 부패와 불의가 판을 치는 우리 사회에서 양심을 세우고 정의를 실천하는 길은 어느 직종에 있는 사람에게나 어려운 과업일 것입니다. 특히 외압이 심한 검찰에서 그 길은 가시밭길일 것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저는 본의 아니게 검찰복을 벗고 변호사를 개업한 것으로 믿어지는 박재오 검사가 재야 법조계에서나마 초심을 유지하면서 이 사회를 밝히는 등불이 되고 이 사회를 맑게하는 산소 같은 존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검찰이 양심으로 무장하고 정의의 칼을 높이 쳐들 때 부정과 부패와 불의는 고개를 숙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검찰이 권력과 외압으로부터 독립하여 정의를 목숨보다도 더 귀하게 수호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인권 변호사로 유명한 박원순 변호사는 올해 3월 15일 서울중앙지검 대강당에서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수사관 등 3백여 명 앞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박변호사는 “굳이 나를 초청한 건 따끔하게 비판 좀 해달라는 것 아니겠냐”라고 말문을 연후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신문에 보도됐습니다.


“법망은 거미줄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입니다. 법대로 하면 손해를 봅니다. 이것이 국민들이 우리 법치주의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인식입니다. 검사 여러분은 과연 이 말 앞에 떳떳할 수 있습니까?”


“전체의 법질서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건 그야말로 전체주의, 독재주의 사회의 법치관입니다. 이제 검찰은 억울한 피해자와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으로서 거듭나야 합니다. 시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저는 박원순 변호사의 연설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검찰은 정의의 깃발을 높이 들고 힘없는 국민이 흘리는 눈물을 닦아주며 억울하게 침해당한 국민의 인권을 되찾아주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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