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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겨울여행 등록일 : 2009-01-06 00:29
서민의 애환 덜컹이며 달리는 태백선 완행열차. 한숨 같은 기적소리 힘겹게 울리더니 느릿느릿 회색빛 풍경을 철로 위로 끌어올립니다. 멈춰진 듯 긴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차창 밖으론 고깔모자 닮은 높은 산과 깊은 골이 하염없이 휘어지지요. 이어 열차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로 빨려들어 갑니다. 터널의 끝자락을 뚫고 나온 반짝이는 불빛 하나, 그것은 꼭꼭 숨겨둔 기다림과 그리움의 공간. 해발 855미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추전역입니다.
숯검정빛 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도 영화로웠던 그 옛날, 그 탄광촌은 지금 애물단지 탄가루 뿌려대는 폐광촌으로, 석탄을 싣고 달리던 기차는 깨어나지 못할 긴 잠에 빠진지 오래이지요. 시꺼먼 얼굴을 한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풍요로웠던 역사는 난로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둔 채 텅 비어 있습니다. 허나, 겨울날 추전역에서 한번이라도 머물러 본 사람이라면 분명 알고 있지요. 산더미처럼 쌓인 탄 더미가 완전히 파묻혀버릴 만큼 깊은 설원의 풍경을. 그리고 싸리밭골(추전은 싸리밭골에서 유래됨)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느껴지는 그 쓸쓸한 정취는 아이러니하게도 꽁꽁 얼어붙은 이들의 마음을 녹여준다는 것을 말입니다.
추억을 달리는 ‘하늘열차’ … 그리움이 높다랗게 쌓아올린 추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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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청량리에서 출발해 종착역인 태백까지 달리는 태백선 완행열차를 두고 ‘하늘열차’ 라 부르지요. 영월에서부터 예미, 사북, 고한, 추전, 태백역에 이르까지 하늘에 달린 철로를 따라 움직이는 듯 산허리를 굽이치는 구간을 말합니다. 그 여행길의 최고 감동구간은 단연 추전역입니다. 73년 무연탄을 수송하기 위해 세워진 역사인 추전역은 험준한 산악과 협곡이 즐비한 태백산맥을 가로지르는 난공사였지요. 탄광산업으로 최고의 영화를 누릴 당시에 추전역은 한달에 약 10만 톤의 석탄을 전국적으로 수송했던 그야말로 보물 같은 역이었습니다. 정부의 시책으로 석탄산업이 하향길을 걷게 되면서 작금의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해버렸지요. 거기다 몇 해 전까지는 하루 왕복 1차례 열차가 정차하기도 했지만,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어 그마저도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러다 추전역을 경유하는 겨울철 ‘환상선눈꽃열차’ 가 인기를 끌면서 다시금 주목받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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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온통 잿빛인 날 추전역을 찾았습니다. 조금씩 눈발도 날립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답게 추전역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아주 심했습니다. 한참을 올라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 이라는 기념비를 보고서야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지요. 철로 바로 앞에는 ‘멈춰선 광차’ 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소나무 위로 눈이 소복 쌓이기 시작합니다. 워낙 고지가 높기에 한번 내린 눈을 잘 녹지 않고 겨우내 쌓여있다고 하네요. 역무원의 동행 하에 정암터널로 오르는 철로를 따라 강원도 오지의 적막강산을 걸어 봅니다. 바람소리에도 고개가 돌아갈 만큼 깊은 적막만이 흐르는 추전역. 이따금 역무원들의 무전기에서 들리는 소리들 뿐 심심할 정도로 고요하지요. 정암터널은 추전역과 고한역 사이에 있는 터널로 그 길이가 무려 4,505m. 우리나라에서 몇 해 전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생겨난 ‘죽령터널’ 을 제외하고 가장 긴 터널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많이 힘드셨지요? 이 곳에서 잠시 마음을 쉬어가심이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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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역사 안으로 들어와 난로에 몸을 녹입니다. 허름한 벽에는 철도개통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초대 추전역장이 기념테이프를 자르는 빛바랜 흑백사진도 걸려있었지요. 추전역에 머물다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사연들도 한 장 한 장 넘겨봅니다. 추전역은 겨울에 와야 제 맛이라고들 하지요. 그것도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말입니다. 송이눈이 내리는 날이면, 이 조그마한 역사는 눈꽃 가득한 산정에 올라선 듯 운치 있는 설국으로 변하겠지요. 세상이 어지러워 살아가는 일이 힘겨울 때 다시 한번 찾아야겠습니다. 추전역은 마음의 고향처럼 평온하고, 왠지 모르게 다시 일어설 희망을 줄 것 같은 묘한 마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날이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라면 더욱 행복하겠지요.
<태백의 가볼만한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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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 추전역 가는 방법
1) 태백선 이용시 : 청량리 또는 동대구, 부산역 승차 - 태백역 또는 통리역 하차 - 택시이용 (시내구간)
2) 자가 이용시 : 중앙고속도로 제천IC (서울) 또는 영주IC (대구) - 태백 (38, 36·35번 국도) - 삼수동 화전
○ 용연동굴 가는 방법
* 태백역 - 노인회관 앞 좌회전 - 화전삼거리 우회전 - 삼수동사무소 앞 직진 (7km, 15분 소요)
* 입장료 : 개인 - 어른 3,500원 / 학생, 군인 2,500원 / 어린이 1,500원
○ 석탄박물관 가는 방법
* 중앙고속도로 서제천IC - 5번국도 - 제천 - 영월방향 38호 국도 - 영월 - 신동읍 방향 31, 38, 59번 국도 병합구간 17.6km - 석항리에서 31번 국도로 우회전 - 11.2km - 녹전리 - 21km - 칠랑리 - 문곡소도동사무소 앞 좌회전 - 도립공원 제3주차장태백산도립공원 입구 - 석탄박물관
* 입장료 : 개인 - 어른 2,000원 / 학생,군인 1,500원 / 어린이 7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