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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수채화같은 남해 등록일 : 2009-04-02 15:15

4월의 남녘, 色으로 흐드러지다
화사한 수채화같은 남해
  • ◇두모마을의 유채밭.
  • 언제부턴가 남해군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남해도와 창선도를 ‘보물섬’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보물섬이라. 그만큼 내세울 만한 볼거리가 많다는 뜻이다. 도로 곳곳에 세운 관광안내 표지판을 봐도 알 수 있다. 표지판마다 수십개의 명소가 적혀 있지 않은가. 표지판에 적힌 곳만 둘러보는 데도 2∼3일이 훌쩍 지나간다.

    볼거리, 즐길 거리 많은 남해가 4월이면 화사하게 채색된다. 지금 남해는 노란 유채꽃, 파란 마늘잎, 붉은 튤립으로 색색이 물들어 있다. 이맘때 유명 여행지라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봄꽃일지 모르나, 산비탈 다랑논과 쪽빛 바다가 배경이 되면 그 감흥이 남다르지 않겠는가. 4월의 남해는 산뜻한 파스텔톤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두모마을의 유채꽃과 해안도로

    요즘 남해를 찾으면 눈이 호사를 누린다. 화사한 봄꽃의 향연이 펼쳐져 도시의 일상에서 지친 눈이 금세 활력을 되찾는다.

    지금 남해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봄꽃은 유채일 것이다. 해안도로 주변, 다랑논 곳곳에 유채꽃이 만발해 있다. 그중에서도 상주면 두모마을의 유채꽃이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보리암으로 유명한 금산(681m) 줄기가 끝나는 해안에 자리한 두모마을은 2005년부터 금산 자락 다랑논에 유채를 심어 남해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했다. 상주해수욕장을 지나 금산 허리를 돌아가는 19번 국도를 타고 벽련마을 쪽으로 내닫다 보면 도로 아래 산비탈이 온통 노란빛 물결이다. 수만평은 족히 되어 보이는 산비탈의 다랑논에 유채꽃이 가득하다. 다랑논의 유려한 곡선, 마을 안쪽의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유채꽃밭을 바라보면 내 마음까지 노랗게 물드는 기분이다.

    마을 바깥쪽에 펼쳐진 노란 유채꽃 밭이 장관이지만, 두모마을에서 이것만 보고 돌아가서는 안 된다. 비탈길을 타고 마을 안쪽까지 들어와 아늑한 포구 풍경을 기억에 꾹꾹 담아 넣고, 포구를 에워싸는 해안도로를 달려보아야 한다.

    두모 마을의 원래 이름은 드므개. 바로 이 포구의 모습이 궁궐 처마 밑에 물을 담아뒀던 넙적한 항아리인 ‘드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 이름의 연원을 알고 이 포구를 바라보면 한결 더 포근하고 정겨운 느낌이다. 이 포구 주변 산을 오르내리는 좁은 해안도로는 발 아래로 아슬아슬한 절벽이 펼쳐진다. 모두 이으면 120㎞가 넘는다는 남해의 수많은 해안도로 중에서 짜릿함으로 치면 이 도로가 으뜸일 것이다.
    ◇가천 다랭이마을의 파란 마늘밭.

    #장평지와 가천 다랭이마을

    남해에서 상춘(賞春)의 감흥을 돋우고 싶다면 이동면 다초리의 장평지도 빼놓을 수 없다. 두모 마을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남해읍 방면으로 30분 정도 달리면 만나는 이 작은 저수지 주변에는 요즘 튤립과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남해군은 2005년부터 다초지라고도 불리는 이 맑은 호수 일대 1만㎡(3300평)에 튤립과 유채를 심고 있다.

    남해에는 벚꽃 군락지도 적지 않다. 남해읍에서 남해대교로 들어가는 길목의 벚꽃이 가장 유명하며, 벚꽃이 어우러진 남해대교는 남해의 상징이기도 하다. 남해에서 바다풍광이 가장 뛰어난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물건∼미조 해안도로의 남쪽 끝인 미조항 주변도 숨겨진 벚꽃 명소다. 방조어부림과 방파제의 빨간색, 흰색 등대가 인상적인 물건리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내닫다 남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포구로 꼽히는 미조항 주변에 다다르면 새하얀 벚꽃 터널이 펼쳐진다.
    ◇장평지의 튤립.

    남해 봄의 또 다른 상징은 진녹색 마늘잎으로 뒤덮인 다랑논이다. 남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가천 다랭이마을의 다랑논. 남해가 최근 전국적인 여행지로 명성을 얻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곳으로, ‘디카족’의 단골 출사지이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평일인데도 십여명의 사진 동호회원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여념이 없다. 지금 가천마을 다랑논은 온통 새파란 마늘잎으로 뒤덮여 있다. 설흘산 중턱에서 바라보는 가천마을 다랑논은 그 앞의 푸른 남해 바다와 어우러져 언제 봐도 마을을 설레게 한다.
    ◇죽방렴의 석양.

    #편백 휴양림과 죽방렴의 석양

    4월 중순이면 우리 산하가 아직 완전한 연초록색을 되찾지는 못한다. 5월 중순은 돼야 신록이 풍성해지지만, 남해에서는 편백나무 휴양림이 있어 요즘에도 녹색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금산 동북쪽 자락에 자리한 삼동면의 편백 자연휴양림은 전체 207ha(62만평) 중 절반이 편백나무다. 섬마을 남해에 편백나무가 본격적으로 심어진 것은 1960년대. 수령 40년이 넘은 편백이 빼곡히 들어선 이곳에는 알싸한 나무향이 가득하다. 편백나무는 다른 어떤 나무보다도 피톤치드가 많아 삼림욕에 좋다.

    그림엽서에 등장하는 ‘숲속의 집’을 연상시키는 통나무집 등 숙박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사철 푸르지만 봄이 무르익으며 이곳의 편백은 한결 더 산뜻한 녹색을 띠기 시작했다.

    남해에 펼쳐지는 ‘색의 향연’을 찾는다면 죽방렴의 석양을 빼놓을 수 없다. 남해도와 창선도 사이 지족해협에 놓인 죽방렴은 원통형 대나무발로 만든 원시 어업도구. 물살이 빠른 썰물 때 물고기들이 대발에 갇힌다. 애써 고기를 후리러 바다를 헤집고 다니는 게 아니라 고기가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필요한 만큼만 건지는 이 넉넉한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이 죽방렴이 가장 아름다운 때가 일몰 전후다. 해질녘 지족해협을 가로지른 창선교에 서서 서쪽 하늘을 본다. 꽃향기가 실린 것 같이 싱그러운 봄바람이 온몸을 에워싼다. 망운산(786m)에 걸린 석양이 지족해협과 죽방렴을 붉게 물들인다. 남해에서 내일은 또 어떤 ‘보물’을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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