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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수덕사" 등록일 : 2010-01-29 15:14


산아래 선사에 수천개의 연등이 피어난다. 그옛날 수덕 도령이 사랑했던 덕숭낭자가 떠난 자리에 피어난 버선꽃마냥 가을바람에 살랑대는 연등이 그 옛날 안타까운 그들의 사랑을 대신하기라도 하는 듯 유난히 가을 하늘 아래에 파리한 여승처럼 승무를 춘다
일주문-금강문-사천왕문-황하정루-금강보탑
2008년 10월, 700주년을 맞이한 수덕사는 100만 송이의 국화꽃으로 대웅전을 비롯해 수덕사 곳곳에 장식되어 있었다. 국화꽃으로 700주년을 알리는 일주문을 지나 금강문을 지나면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천왕이 있는 사천왕문을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조금 더 걸어올라 가면, 황하정루와 조우한다. 황하정루 앞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하늘 아래 연꽃이 피어 있고, 700주년 행사를 맞이하여 불공을 드리기 위해 단 연등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그 옆에 약수터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계단을 바라보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있다.

그 계단으로 성큼성큼 발을 내딛으니, 눈앞으로 진신 사리를 보관한 금강보탑이 보인다. 금강보탑은 개금불사한 것으로 탑 위의 금 때문에 여타의 탑과는 달리 독특하게 보인다. 금도 금이지만, 유독 마음에 드는 것은 금강보탑 아래로 바람에 따라 선사 주변을 울리는 은은한 풍경 소리였다.

푸른 하늘에 매달린 풍경의 물고기가 바람을 타고 허공을 노닐고 있었다. 나무로 지은 목조건물을 화재로부터 보호한다는 상징성을 담고 있는 풍경이 내 가음에 커다란 물결을 퍼트린다.
수덕사 대웅전 앞의 3층석탑
국보49호 수덕사 대웅전의 웅장한 모습
일주문-금강문-사천왕문-황하정루-금강보탑
고개를 돌려 수덕사를 빙 둘러본다.
동행한 문화관광해설사를 통해 들은 바로는 수덕사는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의 고찰이며, 한때 중국의 천자와도 같은 지위를 보이는 사찰이라 하면서, 일본에까지 불교를 전파했던 백제의 뛰어난 석공 기술에 찬탄하며 목울대를 높였다. 찬찬히 수덕사를 살피면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을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수덕사의 사물(四物)이다. 첫 번째 보물은 6500근의 무게로 10km 밖까지 소리를 낸다는 범종으로, 저렇게 무거운 것이 매달려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뿐이다.

그 소리 한번 진하게 듣고 싶지만, 함부로 울려서도 안 되는 종소리가 앞으로 있을 700주년 행사에서 울려 퍼질 예정이라고 했다. 남은 세 가지 보물은 법고각 안에 있는 법고, 목어, 운판이다. 법고각은 남과 여의 음양의 조화를 맞추어 큰 황소와 암소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북이었고, 목어는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나무로 만든 물고기였는데, 입안에 여의주를 물고선 커다란 눈을 부릅뜬 조금은 과장된 모습에 우스꽝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운판은 전체가 구름 형상인데 색상이 참으로 화려했다.

사물을 확인하고 마침내 고개를 들어 대웅전을 바라보았다. 근대 한국 불교 최고의 여승으로 일컬어지는 일엽 스님의 문집인 “일엽선문”에서도 대웅전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조건물이라 칭하였다. 그런데 직접 와 그 후덕한 백제의 곡선의 미를 살펴보니, 과연 아버지의 인덕처럼 불룩 나온 기둥이 참으로 편안한다.

배흘림기둥은 사각기둥 반듯하게 정 없지 않고, 둥글둥글 한 모습으로 땅 밑으로 떨어져 내려오는 곡선이 참으로 정겹다.
-수덕사 관람객과 불자들의 모습 - 수덕사에서 바라본 예산의 모습
수덕사 대웅전 전경
5개의 기둥 중 가운데 하나의 기둥만이 네모반듯하고, 양옆으로 두 개씩 양쪽 배흘림기둥이 우미량 아래로 내리꽂혀 있다. 오랜 세월 속에서 기둥의 외형은 다 갈라지고 꺼끌꺼끌할 것 같은데, 웬걸? 만져보니 매끄럽기만 하다. 특히나 문화관광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대웅전 안의 기둥을 만지면 어린 아이의 뺨처럼 보들보들 하다고 한다.
처음엔 화려하지 않은 목조건물에 이게 정말 백제가 낳았다는 그 대웅전이 맞나 했는데, 보면 볼수록 많은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것을 알겠다.
발길을돌리며
수덕사는 완만한 덕숭산의 구릉을 따라 삼단과 석축을 쌓고 가장 위쪽에 대웅전을 배치한 전형적인 산지형 가람이다. 그 깊은 뜻은 잘 모르겠지만, 속세로부터 깊숙이 자리 잡은 사찰이 일주문과 황하정루, 마지막으로 수덕사의 백미인 대웅전까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수덕사의 그윽한 멋을 더하고 있었다.

때마침 700주년 행사를 맞이하여 수덕사 입구부터 장식하며 사찰의 고요함 속에 분주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수덕사의 멋을 어찌 한번 보고 알까?
가을철 밤송이처럼 그 온전한 알맹이를 보기 위해선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살필 수밖에…….

그러나 그 하늘을 울리는 풍경처럼, 수덕사의 매력은 산자락에 위치하여 하늘에 한 발짝 더, 세속에서는 한 발짝 뒤에서 보는 은은함일 것이다.
수덕사 대웅전 내부의 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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