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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앵강만 (문화일보) 등록일 : 2006-12-04 14:08

# 가장 한적하고 아름다운 바다… 남해의 앵강만

남해에 들어서면 먼저 관광지도부터 구해야 한다. 지도 없이 남해도로 들어섰다가는 줄줄이 도로에 표시된 관광지안내 표지판 때문에 길을 잃기 쉽다. 남해군에서 만든 관광지도를 펼쳐도 염해등대며 가천 다랭이마을, 편백휴양림, 바람흔적미술관 등등 빼곡하게 관광지와 들를 만한 곳들이 표시돼 있어 어디서부터 발을 디뎌야 할지 고민이 앞서긴 한다. 게다가 오가며 말문이라도 트게 된 남해 사람들은 그 지도에다 두배쯤의 목적지를 더 찍어주게 마련이다. 그만큼 남해에는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다.

쪽빛 바다로 둘러싸인 섬 남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로 꼽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앵강만이다. 마치 나비가 두 날개를 펼친 모양의 남해도의 아래쪽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바로 그곳이다. 꾀꼬리 앵(鶯)자에 물 강(江)자를 쓰고 있지만, 아무도 이렇게 이름이 붙여진 내력은 모른다. 군청에 문의를 해봤지만 “잘 모르겠다”는 답변뿐이었다. 한적한 앵강만의 바다는 고요하고 또 아름답다. 둥글게 안으로 말린 앵강만으로 약해진 파도가 가볍게 밀려왔다가는 밀려간다.

앵강만은 바삐 스쳐지나가서는 절대로 매력을 느낄 수 없다. 되도록 오래 머물며 여유있게 내다보아야 앵강만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활처럼 휜 해안을 따라 조용히 산책을 하거나, 홍현마을이나 화계, 또는 용소마을 쪽에 바다로 향한 창을 가진 숙소에 들어 창밖으로 바다를 봐도 좋다.

앵강만을 가장 감격적으로 맞이하겠다면 보름달이 뜰 때를 맞춰가기를 권한다. 바다 위로 흰 달이 내걸리는 날에 앵강만 앞바다는 마치 이세상 풍경이 아닌 듯 꿈결처럼 아름답다.

# 지족에서 언제나 불붙는 노을을 만날 수 있다

삼천포 쪽에서 남해로 들어서자면 창선면을 지나 지족해협에 놓인 창선교를 건너 삼동면으로 가닿게 된다. 거센 물살이 지나는 좁은 물목인 지족해협에는 도합 스물세통의 죽방렴이 있다. 죽방렴이란 길이 1m정도의 참나무 말뚝 300여개를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얕은 개펄에 박고, 대발을 조류가 흐르는 반대방향을 향해 V자 모양으로 벌려놓은 원시어장이다. 물이 빠른 썰물 때면 힘이 빠진 물고기들은 말뚝 사이로 빠져나가지 않고, V자로 좁아지는 사이로 떠밀리듯 들어가 원통형 대나무발에 갇히게 된다. 하루 두번 물이 빠졌을 때, 주민들은 원형의 발통에서 멸치부터 노래미같은 잡어들을 건져낸다.

이렇게 잡아낸 물고기들을 현지주민들은 ‘최고의 생선횟감’으로 꼽는다. 그물질로 잡는 것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은 채로 잡히기 때문이란다. 기록에 따르면 죽방렴이 시작된 것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에서 아직까지 수백년전의 고기잡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죽방렴이 빠른 물살에도 절대로 그물처럼 찢기는 일이 없다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긴 하다. 그러나 죽방렴 앞에서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은, 바닥을 뒤집고 물고기들을 쫓아 가두는 우악스런 그물질이 아니라, 그저 먹을 만큼만 잡아내는 것 같은 여유있는 풍경 때문이다.

지족에서 죽방렴을 둘러보려면 해가 지는 시간보다 좀 일찍 찾는 게 좋다. 남해읍의 망운산(786m) 뒤편으로 해가 지면 붉은 석양의 기운은 지족해협의 온 바다를 붉게 물들인다. 창선교 아래 붉게 빛나는 바다색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때마침 썰물 때라면 붉게 물든 바다위의 죽방렴으로 배를 저어가는 어부들의 모습까지 만날 수도 있다.

# 미조에서 물건까지 ‘물미도로’의 경관을 따라간다

미조면 초전마을 삼거리. 남해대교를 건너온 19번 국도의 종점은 미조항이다. 미조항 코앞의 초전삼거리에서 19번 국도는 3번 국도로 분기된다. 여기서 시작된 3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물건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흔히 ‘물미도로’라고 부른다. 남해 곳곳에 해안도로들이 발달해 있지만, 그중 가장 빼어난 경관을 감추고 있는 도로다.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항도를 지나 팥섬과 마안도가 떠있는 해안을 지나는 길에는 깎아지른 벼랑도 있고, 기기묘묘한 바위들도 있다. 또 가천마을만큼은 아니지만 곳곳에 다랭이 밭도 눈에 띈다. 이런 풍경 탓에 물미도로를 따라 항도에서 만나는 일출을 ‘남해의 최고 풍경’이라고 손꼽는 사람들도 있다.

물미도로의 종착점인 물건마을에는 길게 타원형의 한쪽 선을 그리고 있는 방조어부림을 만난다. 팽나무, 상수리나무, 참느릅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부터 산딸나무, 때죽나무, 구지봉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이런 나무들 사이에 낙엽관목인 찔레나무, 보리수나무, 병꽃나무도 가세했다. 지금은 떨어지는 낙엽이 소복이 덮였지만 여름에는 인동넝쿨이며, 청가시덩굴, 복분자까지 덩굴식물들이 바닥을 초록융단처럼 덮는다.

이곳에 어부림이 조성된 것은 350여년 전의 일. 해일이나 바람피해를 막고 나무그늘로 고기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숲을 조성했다. 지금껏 숲이 보전될 수 있었던 것은 ‘숲을 해치면 마을이 크게 망한다’는 속설 때문이다. 실제로 마을주민들 사이에서는 ‘숲의 일부를 벌채했다가 태풍이 불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온다.

어부림 앞에는 빨갛고 흰 등대가 서로 마주보고 서있고, 해안에는 작은 자갈돌들로 이뤄진 몽돌해변이 이어진다. 차르르륵…. 파도가 해안을 핥아낼 때마다 자갈들이 굴러 경쾌한 소리를 낸다. 풍경과 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는 곳. 그래서 낭만을 찾는 연인들에게는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도 꼽힌다.

# 남해의 작은 섬 노도에서 짚어보는 고독한 유배의 삶

앵강만에 떠있는 작은 섬 노도. 한때 배의 노를 많이 생산했다 하여 노도(櫓島)란 이름을 갖게 됐다는데 중국의 진시황의 명령으로 불로초를 구하러 온 서불과 500명의 동남동녀 일행이 금산으로 오를 때 처음 도착한 섬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지는 곳이다.

이 섬은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다. 스물아홉의 나이에 과거에 급제해 벼슬자리에 오른 김만중은 홍문관 예문관 대제학을 겸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서인과 남인이 벌인 당쟁의 회오리 속에서 강원도 고성으로, 평안도 선천으로 유배당하기도 했다. 특히 숙종때는 장희빈의 득세를 반대하다 기사사화에 연루돼 남해의 한점 섬 노도로 유배됐다. 그는 작은 섬에서 피죽으로 연명하면서 주옥같은 작품인 ‘구운몽’ ‘사씨남정기’ ‘서포만필’ 등을 써냈고, 끝내 이곳에서 눈을 감았다.

앵강만의 벽련마을에서 마을주민의 배를 빌려 타고 10분이면 가닿는 노도는 16가구에 43명이 거주하는 작은 섬이다. 노도에는 김만중의 유허비와 최근 복원된 초가, 잠시 시신을 묻었던 허묘 등이 남아있다. 선착장에서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초옥은 근래에 복원된 것이라 정취는 없지만, 툇마루에 앉아 내다보는 쪽빛 바다 풍경은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아름답다. 초옥 주변에는 족이 수령 100년은 넘어보이는 아름드리 동백나무들이 두껍고 매끈한 초록잎을 가득 달고 있다. 동백나무에는 빨간 꽃망울이 맺혔는데 채 겨울이 당도하지도 않았는데 성급한 몇송이 동백꽃은 붉은 꽃잎을 활짝 피워올렸다.

# 바다를 굽어보는 산… 망운산과 설흘산, 그리고 금산

남해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해발 786m의 망운산이다. 망운산 정상에 오르면 시야는 동서남북 거칠 것이 없다. 서북쪽으로 지리산 천왕봉에서 광양의 백운산까지 내륙의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바다쪽을 굽어보면 감탄사가 터진다. 서쪽으로는 전남 광양이며 여수항이, 동쪽으로는 사천이며 고성의 섬들이 떠있다. 갈대들이 바람에 몸을 누이는 정상에서 우우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방을 빙 둘러가며 내려다보는 맛은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산아래 해안마을에서 오를 경우 산행시간은 왕복 4시간을 넘지만, 망운산 중턱의 절집 화방사에서 출발하면 1시간이면 정상을 밟을 수 있다. 아니 아예 차를 타고 산 정상의 KBS송신소로 오르는 방법도 있다. 차를 이용할 경우 길이 가파르고 좁은 편이어서 특히 주의해야 한다.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뒤편에 솟은 설흘산(482m)의 일출도 빼놓을 수 없다. 설흘산은 남해도의 남단을 성벽처럼 에둘러 싸고 있다. 바다쪽에서 바로 솟아난 날카로운 암릉이 마치 부채모양으로 서 있어 남동쪽의 바다가 일망무제로 다가온다. 그래서 설흘산 정상의 봉수대에서 만나는 해돋이는 남해에서 으뜸으로 쳐준다. 짧은 일출이 끝나고 나면 쪽빛 바다 위에 햇볕이 잘게 부서져 잔물결이 은빛 비늘과 같이 빛난다. 남해의 금산이야 더 말할 것이 없다. 향로봉, 촛대봉, 제석봉, 화엄봉들이 근육질처럼 불쑥불쑥 솟아있다. 금산의 풍경은 보리암에서보다 아득한 절벽인 상사바위에서 보는 맛이 최고다. 이곳에서는 좌선대며 보리암, 쌍홍문, 사선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앵강만에서 미조의 바다풍광도 내려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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