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추천여행지
무안-갯벌이 짜놓은 ‘연초록 융단’ 등록일 : 2007-04-10 13:13
무안감태매기 | |
물 빠지자 모습 드러낸 감태 매생이와 파래 중간쯤 될까 칼륨·비타민 많고 맛과 향 독특 함해만 갯마을 ‘팔방미인’ 8곳 찾아보세요 갯마을에 봄이 들면 어촌 아낙들의 손길은 바빠진다. 서남해바다 함해만 해안을 끼고 있는 무안군 해제반도의 허리 현경면 용정3리 월두마을. 동쪽에서 봐도 ‘반달’, 서쪽에서 봐도 ‘반달’ 모양이라 예부터 ‘달머리’로 불렸던 이 갯마을에도 봄빛이 짙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갯벌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던 마을 앞 소당섬에 물이 빠지자 갯벌 위에 연초록 융단이 끝없이 펼쳐진다. 허벅지까지 푹푹 빠져드는 펄밭 위에 두 아낙네가 무릎걸음으로 감태(가시파래) 매기에 한창이다. 오염원이 없고 영양분이 풍부한 서남해안의 부드러운 청정 갯벌에서만 자라는 감태는 매생이와 파래의 중간쯤 되는 여러해살이 해조. 알긴산과 요오드, 칼륨 등 무기염류와 비타민이 풍부하고 향기와 맛이 독특해 무안 사람들이 즐겨 먹는 반찬거리다. 생으로 무쳐 밑반찬으로 먹거나 전으로 부쳐 먹으면 입안에 가득 갯내음을 느낄 수 있다. 수온이 10도 이상 되는 3~4월이면 웃자라서 포자를 방출하기 때문에 주로 12월부터 2월까지만 채취할 수 있으므로 봄이 무르익기 전에 감태를 매는 손길이 바쁠 수밖에 없다.
이름에 걸맞게 월출 감상지로도 소문난 월두마을은 특히 갯벌보존지역의 중심부에 자리잡아 숭어와 민어, 농어, 짱뚱어, 망둥어를 비롯해 갯벌세발낙지와 굴, 고둥, 바닷게 등 갯것들이 풍부하게 난다.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갯벌에 꽂힌 장대에 그물을 치고 밀물 때 그물 속으로 들어온 물고기들이 미로처럼 생긴 어망에 갇히면 썰물 때 걷어내는 ‘듬장’으로 고기를 잡기도 했다. 해마다 음력 2월1일이면 350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현경곰솔(도 기념물 제176호)에서 마을의 평안과 어업의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낸다. 현경면 해운리에서 해제반도의 만풍리까지 이어지는 함해만 해안에는 월두마을을 비롯해 무안 사람들이 ‘팔방미인’이라고 부르는 8곳의 아름다운 갯마을이 숨어 있다. 새터, 용정골, 수양촌 등 이름도 예쁜 갯마을들은 산다운 산이 없는 비산비야의 황토 들판 구릉지대에 푸근하게 안겨 있다. 어디를 가든 하늘을 이고 있는 초록색 양파밭과 마늘밭, 그 너머 끝없이 펼쳐진 황토갯벌과 푸른 함해만의 크고 작은 섬들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이룬다. 용정5리에 있는 옛 봉화터인 봉오재(82m)에 오르면 봄볕에 졸고 있는 ‘팔방미인’ 마을 8곳을 한눈에 볼 수가 있다. 봉오재는 해제, 신안군 지도 및 섬지역으로 들어가기 위해 꼭 거쳐가야 하는 들머리에 자리잡아 무안 5일장이나 함평 5일장을 다녀오던 ‘팔방미인’ 마을 주민들이 즐겨 먹던 ‘운저리 보리밥’의 명성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3월 말부터 무안읍에서 해제반도의 끄트머리인 해제면 송석리 도리포까지 도로변을 연분홍으로 물들이는 10여 킬로미터의 왕벚꽃거리는 봄철 드라이브 코스로 일품이다. 특히 함평만을 감싸고 영광에 닿을 듯이 살짝 구부러진 도리포는 이름난 바다낚시터로 숭어회가 맛있기로 소문난 포구다. 1995년 이곳 앞바다에서 고려청자가 무더기로 발견되어 온나라에 이름이 알려졌다. 멀리 함평만의 끝자락에서 솟아오르는 해돋이와 크고 작은 섬들을 붉게 물들이며 서남해바다로 지는 해넘이를 모두 담아갈 수 있는 드문 곳이기도 하다. 무안/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