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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맛’ 춤추는 전남 영광 ‘백수 해안도로’ 여행 등록일 : 2007-04-10 13:12


백수해안도로

‘마파도’촬영지

숨은 ‘최고 산책코스’
# 전남 영광의 법성포…굴비의 계절은 봄이다.

‘봄볕에 살랑살랑한 하늬바람(북서풍)이 최고’라고 했다. 전남 영광의 법성포에서 만난 노인들은 “굴비는 지금이 제철”이라고 입을 모았다. 줄잡아 50년 이상 굴비를 말려왔다는 노인들은 법성포의 최고 굴비를 ‘칠산바다에서 알배기 조기를 잡아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간해 3월 날씨에 석달정도 말린 놈’이라고 했다. 이렇게 진짜배기로 말려낸 굴비를 ‘봄굴비’라고 부른다고 했다.

최근에는 조기를 소금물에 담궈서 간을 넣지만, 이곳 법성포에서는 ‘섭간’을 한다. 섭간이란 아가미에 소금을 넣고 몸통에 소금질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소금물에 담궈서 하는 편이 고루 간이 배고 일도 쉽지만, 아무래도 섭간의 감칠 맛을 따라오지는 못한다. 예전에는 항아리 속에 소금과 조기를 한꺼번에 넣어 간하는 ‘독간’을 했다지만, 워낙 짜게 간이 돼서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굴비의 간에 쓰이는 소금도 가렸다. 염전에 마파람(남풍)이 불면 죽소금(가는 소금)이, 하늬바람이 불면 왕소금이 오는데, 조기를 간하는데는 죽소금을 쓴다고 했다. “죽소금 중에서도 ‘깔깔이’나 ‘니가리’는 못쓰제. 깔깔이는 입자가 시멘트같고, 니가리는 조미료처럼 생겼는데 이런 소금을 쓰면 쓴맛이 나는 것이네.” 이렇게 소금간이 끝난 조기는 비닐테이프와 짚이 섞인 끈으로 엮는다. 짚을 섞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반드시 짚이 들어가야 말리는 과정에서 곰팡이가 슬지 않는다는 것이다.

# 사라진 줄 알았던 옛 굴비의 맛…아직 법성포에는 남아 있다.

굴비 맛이 옛 맛을 잃은 것은 요즘에는 굴비를 꾸들꾸들 말려 내지 않기 때문이다. 물만 살짝 뺀 이른바 ‘물굴비’가 굴비행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냉동저장 방법이 보편화되지 않았을 때는, 조기를 두고 먹으려면 오래 말려서 먹어야 했다. 그러나 냉장고가 보급되면서부터 냉동저장법이 발달됐고 도회지 사람들이 ‘통통한 생선살’의 맛을 더 쳐줬다. 거기다가 굴비를 말리면 크기가 작아지므로, 2~3㎝크기 차이에 가격이 크게 오르고 내리는 굴비를 말려내놓기를 포기했다.

법성포에 통나무로 엮은 덕장이 사라진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직도 간혹 ‘마른 굴비’의 진미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어 법성포에는 굴비를 말리는 풍경이 사라지지 않았다. 쇠파이프를 이어 만든 간이 덕장이지만, 요즘 법성포의 굴비상점마다 ‘봄굴비’가 잘 말라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딱딱하게 잘 마른 굴비는 쌀뜨물에 몇시간동안 담궈놓았다가 솥에 넣어 쪄낸다. 압력솥에 쌀뜨물을 깔고 쪄낸 굴비의 맛은 그야말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맛이다.

도회지의 대형마트에도 굴비는 쌓여있지만, 이렇게 잘 마른 굴비는 구하기 어렵다. 하지만 법성포에서는 쉽게 살 수 있다. 법성포의 조기판매점에서 ‘마른 굴비를 달라’고 하면 “굴비 맛을 아신다”는 상인들의 반가워하는 답이 되돌아온다. ‘봄굴비’라고 해서 특별히 가격이 더 비싸지는 않다. 선물용이라는 통보리 굴비같은 것은 수십만원을 훌쩍 넘지만 자그마한 굴비는 한두름에 2만원 아래다.

#영광에는 굴비만 있는 것은 아니다…백수해안도로

과거 조기는 산란철인 이른봄부터 전남 영광의 칠산 앞바다로 올라붙었다. 과거에는 봄철이면 칠산 앞바다는 조기 울음소리로 가득찼다지만, 조기가 씨가 마른 지금은 그저 전설로나 남아 있다. 대신 봄철의 영광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영광군 백수면 일대의 아름다운 칠산 바다다. 봄이면 배댈 곳이 없었다던 조기잡이배들의 흔적은 사라지고 없지만, 백수해안도로를 따라가며 만나는 봄 바다는 눈이 부실만큼 아름답다.

백수해안도로는 법성포의 건너편인 모래미마을쪽에서 시작한다. 해안도로를 찾아들어가는 길에서 열이면 아홉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바닷길을 찾아가는데, 좌우로 암봉을 거느린 산을 끼고 한참을 달려야 하는 까닭이다. 고개를 넘고 굽이를 돌면 거짓말처럼 바다가 나타난다. 홍곡리까지 총연장 19㎞를 이어지는 백수해안도로에는 바다가 함께 따라온다. 멀리 낙월도와 안마도가, 가까이는 칠산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물이 들면, 드는 대로 풍만한 바다가 와서 안기고, 물이 빠지면 십리에 가까운 광활한 갯벌이 드러난다. 차를 대고 바다에 서면 일산도, 이산도, 삼산도…, 이렇게 칠산도까지 크고작은 7개의 섬이 바다를 따라 줄줄이 이어져 있다.

해안도로의 대부분은 산중턱의 절벽으로 나있고, 그 아래로는 벼랑이다. 그래서 어느 곳에서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해안도로는 길 자체의 풍광만으로도 외지인들을 끌어모으지만, 아무래도 자동차를 타고 휙 지나치기보다는, 길에서 내려서 바다 가까이로 내려서야 서해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그중 칠산정 아래쪽의 길에서 나무데크를 따라 해안까지 내려가는 길이 백미다. 칠산정에서는 백수해안도로의 바다를 끼고 달리는 굴곡진 길이 내려다보이고, 나무 계단을 따라 해안쪽으로 내려서면 검은색 갯바위가 장중한 풍경을 빚어낸다.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길 아래쪽의 전망대 데크에는 서로 어깨를 감싸안은 연인들이 단골로 서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오른쪽 위쪽으로는 해안도로가 지나고, 왼쪽 아래쪽에는 파도가 들이치는 갯바위가 펼쳐져 있다.

# 백수에서 찾아낸 최고의 산책코스

법성포쪽에서 백수해안도로를 따라가다보면 ‘칠산정’을 지나 ‘백암정’이라는 정자를 만난다. 정자로 가는 길에 서있는 흰 건물은 ‘노을’이란 이름의 카페다. 카페 이름이 ‘노을’이란 것에서 짐작되듯 이곳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아름답기로 이름나 있다. 이 일대의 풍광은 마치 제주의 모습과도 같다. 해안에 불쑥 솟은 평탄한 언덕에다가 언덕위의 흰 집까지, 보면 볼수록 제주도의 풍광과 참 많이 닮아 있다. 백암정에 오르면 바다와 함께 해안쪽에 애를 업고 앉은 모습의 ‘모자바위’며 ‘거북바위’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백암정 인근에는 ‘마파도 촬영지’가 있다. 카페 뒤편으로 난 좁은 시멘트 길을 따라 내려가면 왼편으로 바다를 내다보고 있는 작은 집들을 만난다. 그곳이 바로 영화 ‘마파도’의 촬영세트장이다. 허름한 세트장은 영화촬영이 끝난 뒤 그대로 방치돼 있다. 관광객 몇몇이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다지 감명깊을 것도, 아름다울 것도 없는 곳. 그러나 세트장이 있는 백암1구 마을에서 백암 2구까지 이어진 좁은 시멘트도로에 서면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서해안에서 ‘바다를 낀 아름다운 산책로’를 꼽자면, 몇손가락 안에 들 만큼 아름다운 길이다.

이 길은 변변한 이름도 없다. 마을 주민들은 백암1구와 2구 사이를 상수도를 연결하면서 파낸 땅 위에다 시멘트를 깔아서 도로로 만든 것이라고 해서 ‘상수도 도로’라고 불렀다. 구불구불 이어진 왕복 3㎞의 도로. 보통 걸음으로 걷는다 해도 1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섬이 점점이 떠있는 풍광에 좀처럼 속도를 낼 수 없다. 부산의 한 교회에서 수련회를 왔다는 젊은이들도 감탄을 쏟아내며 이 길을 걸었다. 마침 석양 무렵. 하늘이 붉은 색으로 차츰 물들면서 은박지처럼 펼쳐졌던 바다가 일순 황금빛으로 빛났다. 길에 선 모든 이들이 석양을 바라보며 말을 잊었다.

#영광을 찾으면 빼놓지 말아야 할 것들.

백수해안도로가 시작되는 모래미에서 구수리쪽으로 나와 법성으로 들어가는 길은 놓쳐서는 안될 길. 이 길에서는 와탄천과 법성포가 만나는 곳이다.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물길이 굽이치며 포구로 연결돼 있다. 큰 길로만 찾아들면 보지 못하는 포구의 전체 모습을 조망해볼 수 있다. 둥글게 돌아가는 물길 저쪽에 법성포구가 들어앉아 있는 독특한 풍경은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

법성포를 찾았다면 ‘숲쟁이’를 들러보자. 숲쟁이는 법성포 마을에서 홍농 방향의 지방도로 고갯마루 부분에 산 능선을 따라 약 300m에 걸쳐 조성된 숲. ‘쟁이’란 성(城)을 뜻하는 말로 ‘숲쟁이’는 ‘숲으로 된 성’을 의미한다. 법성 숲쟁이는 법성포구와 마을을 보호하는 방풍림의 역할을 해온 숲이다. 느티나무와 팽나무, 개서어나무 숲이 포구의 정경과 어우러져 독특한 정취를 빚어낸다.

영광에는 불갑사도 있다. 이즈음 절집 이곳 저곳에 건물을 새로 짓는 탓에 공사현장같이 번잡스럽긴 하지만, 백제 침류왕(384년)때 인도스님 마라난타 존자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하면서 제일 처음 지은 불법도량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찾아가볼 만하다. 새로지은 번듯번듯한 건물들이 많지만, 소박하면서도 화사한 대웅전의 분위기는 그대로다. 불갑사 가는 길의 불갑저수지 수변공원도 ‘너무 깔끔하다’는 점만 빼놓으면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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