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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돌산도, 남도 일출 1번지에서 불덩이 보자 등록일 : 2007-11-15 08:35

전남 여수의 돌산도는 우선 갓김치를 떠올리게 한다. 1년 내내 이곳에서 생산되는 매콤 쌉싸름한 갓김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김치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섬에는 갓김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섬 남쪽 끝에는 일출이 장관인 향일암이 있고. 또한 외곽을 도는 해안 일주도로는 일품이다. 가는 길이 다소 멀지만 1박 2일 여행 코스로 선택한다면 어느새 떠날 준비를 하는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돌산도(여수)=글·사진 박상언 기자 [separk@ilgan.co.kr]


△전국 제일의 일출 명소 향일암

전국에는 바다를 바라보는 일출 명소가 많다. 망망대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엄청난 ‘불덩이’를 보려면 동해안이 어울리고. 아기자기한 멋을 즐기고 싶다면 남해안이 제격이다. 남해안에서는 향일암이 첫손에 꼽힌다.

여수 시내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어둠이 짙게 깔린 이른 새벽녘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올리며 행장을 꾸렸다. 전국 제일의 일출 장관을 감상한다는 설렘에 밤잠을 설쳤음에도 피곤함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돌산대교를 건넌 뒤 17번 국도 끝에서 다시 1번 지방도로를 갈아타면서 40분 가량 달리면 향일암에 이른다. 해뜨기 전이어서 주차장 주차료(2500원)와 입장료(2000원)를 내지 않아도 되는 특혜를 누릴 수 있다.

매표소에서 계단을 따라 20여 분 오르면 향일암 입구다. 오래 전 금오산 정상에서 굴러떨어진 바위들이 얼기설기 뒤엉켜 만들어진 빈 틈이 입구를 대신하고 있다. 가파른 절벽에 절묘하게 들어선 암자는 남해 보리암. 금강산 내금강 보덕암. 경남 고성 문수암 등을 연상시킨다.

향일암도 인접한 보리암과 마찬가지로 신라 고승 원효가 세웠다는 암자이다. 대웅전 뒤편 바위 틈새를 따라 올라가면 관음전이 있는데. 바로 아래 평평한 바위에는 원효가 일출을 보며 수도했다는 전설을 알리는 팻말이 놓여 있다.

일출은 암자 어느 곳에서나 가능하다. 해가 떠오를 무렵인 오전 6시 30분. 새벽잠을 설친 관광객이 삼삼오오 모여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주위만 불그스레할 뿐 해는 보이지 않았다. 짙은 구름이 커튼처럼 동해 바다 위를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망하는 사람은 없었다. 비록 해는 보지 못해도 멀리 범섬·떼섬·애도·조도 등 경남 남해의 남쪽 끝자락 미조면 앞바다의 군도 사이를 물들인 붉은 기운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느낀 탓이다. 이 아름다운 감동은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이 불가능하다. 인간이 만들어낸 언어의 한계를 절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마치 커다란 호숫가 달리는 듯-가막만 드라이브

돌산도는 지난 1984년 돌산대교가 완공되면서 육지가 됐다. 돌산도 외곽을 잇는 해안도로는 약 60㎞. 우리나라에서 안면도에 이어 여덟 번째 큰 섬답게 봉황산(460m)·봉화산(412m)·천왕산(385m)·대미산(350m) ·금오산(323m) 등 해발 300m가 넘는 산을 5개나 품고 있다. 도로는 해안과 이들 봉우리 사이를 달려 때로는 육지 한가운데 있는 듯하고. 또 한적한 바닷가를 달리는 느낌도 가질 수 있다.

돌산도 드라이브는 특히 가막만과 맞닿은 서쪽이 아름답다.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길은 마치 커다란 호숫가를 달리는 기분을 전해준다.

가막만은 여수시·돌산도·금오도·개도·화양반도가 사방을 에둘러 작은 항구와 항로를 가리키는 등표 등이 없다면 커다란 호수로 착각해도 될 정도다.

바다임을 알리는 또 하나의 징표는 수면 위로 끝없이 펼쳐진 하얀 부표들이다. 비취빛 수면과 대비되는 부표들은 굴양식장이다. 바닷가에서 어린 굴을 키운 뒤 어느 정도 자라면 이곳으로 옮겨 본격적인 양식이 시작된다.

특히 봉화산 자락 바닷가는 겨울이면 가막만에서 자란 싱싱한 굴을 구워 파는 포장마차가 이어지는 굴구이 거리로도 유명하다. 해질녘 낙조 포인트이기도 한데. 멀리 화양반도 너머로 떨어지는 해를 감상하며 맛깔스럽게 먹는 굴은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별미다. 11월 중순부터는 굴구이를 맛볼 수 있을 전망이다.

17번 국도가 끝나는 돌산읍 뒤에 자리한 천왕산 자락에 들어선 은적암도 들러볼 만하다. 고려 명종 때인 1172년 보조국사가 순천 선암사에서 지금은 터만 남은 금오도 송광사를 오가는 중간 휴식처로 세웠다고 한다.

암자 뒤편은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입구는 아름드리 후박나무·소나무·동백나무 등이 우거진 수림을 만들고 있다. 일주문을 지나 왼쪽 계곡을 따라 암자까지 이어진 오솔길은 길이는 짧지만 두텁게 쌓인 낙엽이 발에 밟힐 때마다 사각사각 가을임을 알린다.

△가는 길

승용차로 이동한다면 서울에서 약 450㎞로 조금 먼 거리다. 중부고속국도 진주인터체인지(IC)에서 호남고속국도로 갈아탄 다음 순천톨게이트(TG)로 나온다. 이어 17번 국도를 따라 끝까지 가면 여수에 닿는다. 소요시간은 서울에서 5시간 이상 예상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루 아홉 차례 김포~여수를 운항하는 항공편을 이용해도 된다.

숙박은 여수 시내 또는 향일암이 있는 임포마을에서 가능하다. 호텔은 모두 시내에 있으며. 객실은 31~59개의 소규모이다. 충무공 이순신이 배를 건조한 곳으로 알려진 선소 주변에는 모텔이 많다. 먹을거리 타운도 형성돼 잇어 먹고 자는데 큰 불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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