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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땅끝서 희망의 첫발 떼다 (해남) 등록일 : 2008-01-07 08:44



2008 무자년 쥐띠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의 슬픔과 고뇌의 무게는 모두 털어버리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때다. 시간이라는 망망대해 속에서 정해진 항로는 제각각이지만 희망과 꿈을 가슴 한가득 품고 값진 결실을 기대하는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다. 새 마음 새 기분으로 힘차게 한 해를 출발한다는 의미로 대한민국 땅끝을 품은 전남 해남을 찾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듯 싶다. 마침 2008년은 광주·전남방문의 해인 만큼 더욱 뜻깊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아 한걸음에 달려갔다.

해남=글·사진 박상언 기자[separk@ilgan.co.kr]

▲땅끝마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추위를 재촉하는 겨울비가 내리던 지난 주말 전남 해남을 향했다. 지도에서도 가장 남쪽에 자리한 해남은 서울에서 5시간 넘게 달려야 닿을 수 있을 만큼 때문이다. 해남은 전남의 22개 시군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다. 또한 논과 밭을 모두 더한 농경지는 전국 최대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해안선만도 530㎞나 된다. 서울~부산을 달리고도 남을 거리다.

그 남쪽 끝자락에 있는 곳이 땅끝이다. 북위 34°17"38"에 위치해 섬을 제외하곤 대한민국에서 가장 남쪽이다. 하지만 땅끝마을을 거꾸로 생각한다면 시작이다. 희망과 꿈을 품고 맞이한 새해의 출발점이 된다는 의미다.

땅끝마을 바닷가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하나 있다. 사자봉이다. 그 위에는 10층 높이의 횃불 모양 전망대, 아래 바닷가에는 1996년 세운 땅끝비가 서 있다.

이 곳에 서서 새해 희망을 노래한다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때마침 전망대 바로 아래 갈두항에서 땅끝비로 통하는 해변길이 있다. 묵능개라 불리는 이 곳에서 자갈을 하나 집어들어 사자봉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자갈을 던지면 바라는 바가 이뤄진다고 한다. 단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새해의 다짐을 다지는데 더없이 좋은 공간일 것 같다.

사자봉 정상까지는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6분 만에 오를 수 있다. 이곳에 서면 다도해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일출과 일몰의 장엄한 모습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를 머금은 구름이 심술을 부려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새벽에도 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잡지 못했다.

▲비 갠 다음날 펼쳐지는 구름바다의 장관

아쉬운 마음을 다잡고 해남 최고봉 두륜산으로 향했다. 전날 비를 맞으며 올랐던 것에 이어 두번째다. 해발 703m로 바닷가에 자리한 봉우리 치고는 제법 높다. 주봉인 가련봉을 중심으로 노승봉·두륜봉 등 8개의 봉우리가 말발굽 형태로 포진, 오밀조밀하면서도 장엄한 위용을 자랑한다. 조선시대 고승 서산대사가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던 당시 두륜산에 대해 “삼재불입지처 만세불훼지지(세 가지 재앙이 미치지 못하고, 만년 동안 파손되지 않을 땅)”라고 찬사를 보내며 자신의 의발을 이곳으로 옮겨줄 것을 유언했을 만큼 산세가 빼어나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이같은 두륜산 영봉의 장관을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대흥사 입구 바로 옆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는 고계봉(638m)까지 이어지는데, 길이가 1600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8분이면 고계봉 정상 전망대에 닿는다. 이곳에 서면 3면의 바다와 다도해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맑은 날이면 한라산 백록담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잔뜩 흐린 날씨로 시계가 불확실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작정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구름을 뚫고 비상하듯 케이블을 따라 능선을 따라 오르는 사이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시야가 탁 트였다. 머리 위로 짙은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는데 발 아래로 또 한 겹의 구름이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해발 500~1000m 사이의 공간만 구름 한 점 없었던 것이다. 땅 위를 덮은 구름 사이로 주변 산이 봉우리가 살짝 모습을 드러냈는데, 멀리 광주 무등산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마침내 케이블카가 종점에 다다랐다. 여기서 약 10분 정도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전망대에 이르게 된다. 케이블카 종점에서 내려다 보이는 강진만 일대의 운해가 장관이었다. 안내를 맡은 두륜산케이블카의 정재민 영업팀장이 “전망대에 서면 이보다 훨씬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며 발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전망대에 이르자 하늘이 또다시 심술을 부렸다. 갑자기 구름을 몰아오더니 5m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장막을 만들어 버렸다. 오리무중도 아닌 그야말로 ‘5m무중’이었다. 한 시간 이상 기다렸건만 두터운 장막은 걷히질 않았다. 그래도 잠시나마 운해의 장관을 감상한 것에 고마워해야 하는 지경이었다.

두륜산케이블카(www.haenamcablecar.com)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이용 가능하다. 일출 감상을 원하는 단체 예약 손님을 위해 새벽 운행도 한다. 8000원. 061-534-8992.


이밖에 해남에는 볼거리가 많다. 두륜산에는 가련봉·노승봉·두륜봉이 이어지는 능선을 배경으로 신라 법흥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한 도량 대흥사가 있다. 이곳의 천불전에는 옥으로 조각된 1000불이 봉안돼 있는데, 천불전이란 과거·현재·미래에 천불이 있다는 것으로 어느 때나 무한한 부처님이 존재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황산면 우항리에는 해남 우항리 공룡박물관이 있다. 세계 최초로 공룡·익룡과 물갈퀴 달린 새의 발자국 화석이 한 장소에서 발견된 곳이다. 해남군은 460억원을 들여 3층 규모의 전시관과 발자국 화석 보존을 위해 지은 3동의 보호각 등을 짓고 지난해 4월 개장했다.

고천암은 겨울철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다. 황새와 저어새 등 천연기념물 조류와 가창오리, 기러기 등 보호수종 철새가 수십만 마리가 이곳에서 겨울을 나는데, 이른 아침과 해질 무렵 이들이 펼치는 군무가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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