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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따라 떠나는 나들이] 주산지와 산수유 마을 등록일 : 2008-04-03 17:00


경북 청송 주왕산의 작은 호수 주산지는 아직 겨울과 봄 사이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해뜨는 새벽이면 호수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풀잎은 하얀 서리를 이불삼아 아침을 준비하고, 호수는 새로운 하루를 반기는듯 스물스물 물안개를 피워올린다. 그 사이를 뚫고 원앙은 바쁜 자맥질로 호수 곳곳에 잠든 생명을 깨우고 다닌다. 간신히 사물을 분간할 정도의 흐릿한 조명은 이같은 풍경을 흑백 영화처럼 한 가지 색으로 단장해 꿈 속의 세상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만든다.

주산지와 달리 산수유 덕분에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의성 숲실마을은 노란색의 향연이 시작됐다.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 수만 그루가 마을을 가득 뒤덮고 있다. 지난주 찾아온 봄의 진객 산수유는 오는 주말이면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주왕산은 기이한 암석과 그 사이를 파고들며 흐르는 계곡과 폭포로 인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멋진 산이다. 이같은 절경은 북쪽에 몰려 있어 남쪽은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남쪽에도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주산지 덕분이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가 되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주산지는 약 280년 전 산 중턱에 만들어진 저수지다. 길이 200m, 폭 100m, 깊이 8m의 작은 호수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호수 바닥에 뿌리를 내린 왕버들 때문이다. 수령 150년이 넘는 30여 그루의 왕버들은 기이한 형상으로 사계절 다른 색깔을 낸다. 그렇다면 봄의 주산지는 어떤 모습일까.

주차장에서 계곡을 따라 약 600m의 산책로를 오르면 주산지에 이른다. 비교적 완만한 길이어서 체력에 큰 부담은 없다. 게다가 한쪽은 푸른 소나무, 다른 한쪽은 낙엽송이 빽빽히 늘어서 있어 분위기는 그만이다.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주산지의 첫 인상은 평범하다. 그런데 한 걸음 다가서면 호수에 또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된다. 호수 한 가운데 아름드리 왕버들이 물 위에서는 하늘로, 수면 아래 또 하나의 왕버들은 물 속으로 각기 가지를 뻗으면서 절묘한 대칭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호수 왼쪽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새벽부터 마실나온 10여 쌍의 원앙이 사랑을 확인하고, 머리 위에서는 이름 모를 산새들이 새벽을 노래하며 이방인을 반긴다. 아직 새벽 공기가 코 끝을 아리게 할 만큼 차갑지만 이처럼 평화스러운 분위기에 가슴 밑바닥까지 상쾌하다.

산책로 끝에 이르면 주산지의 백미를 만난다. 수면을 뚫고 여기저기 흩어져 솟아난 20여 그루의 왕버들이 기괴한 새벽 풍경을 보여준다. 오색 단풍의 향연이 온 산을 뒤덮는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지금의 주산지도 나름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의성에서 가장 흔한 나무 가운데 하나가 산수유이다.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물이 흐르는 하천 주변은 물론, 마을의 들머리나 뒷산을 노랗게 물들이는 나무는 모두 산수유라고 보면 틀림없다.

이중 산수유마을로 불리는 사곡면 화전리는 특별하다. 산수유가 마을을 온통 뒤덮고 있어서다. 그 길이만도 4㎞가 넘는다. 특히 화전 2리 숲실마을은 산비탈, 밭두렁, 개천변 등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은 온통 산수유가 ‘점령’했다. 짧게 30년, 길게는 300년 된 산수유 3만여 그루는 유달리 추웠던 지난 겨울을 보낸 탓인지 예상보다 일주일 가량 늦은 지난주에야 꽃망울을 터뜨렸다.

숲실마을에 산수유가 이처럼 많은 것은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 한약재로 쓰이는 붉은 산수유 열매를 얻기 위해 한 그루 두 그루 심기 시작했던 데서 비롯됐다. 덕분에 화전리는 전국 최고의 산수유 마을이 됐다.

그런데 숲실마을은 전남 구례나 경기 이천과 달리 ‘무명’이나 다름없다.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외지인의 발길이 거의 없었던 만큼 흔한 러브호텔은 물론 변변한 식당도 없다.


이런 마을에서 올해 처음 산수유축제를 벌이기로 했다. 산수유를 상품화해 새로운 소득원을 찾기로 한 것이다. 지난 23일 시작된 의성산수유축제는 4월 13일까지 계속된다. 이 기간 마을 부녀회는 마을회관을 임시 식당으로 개조, 간단한 먹거리를 팔고 있다. 순박한 시골 인심이 얹어진 손두부나 파전과 같은 간단한 안주에 막걸리 등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지금 숲실마을은 노란색 외에 또 하나의 색깔이 선명하다. 들판을 뒤덮은 의성의 특산물 토종마늘이 뿜어내는 녹색이다. 겨울 추위를 이겨낸 마늘은 산수유와 멋진 조화를 이루며 멋들어진 녹황색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다. 고품질의 한지(寒地) 마늘로 유명한 의성 토종마늘은 단단하고 저장성이 탁월한 데다 향과 맛이 독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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