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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 전투의 숨은 공신... 진주육회 비빔밥 등록일 : 2008-03-31 13:11

주성 전투의 숨은 공신… 진주육회 비빔밥


진주남강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강인 낙동강의 지류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 지역인 덕유산 남쪽 자락에서 발원해 산청군과 진주시 일대를 돌아 함안군 일대로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드는데, 남강이란 이름은 진주시의 남쪽으로 흐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진주 시내를 관통해 흐르는 남강은 매년 가을 열리는 유등축제로 유명하다. 어둠이 내린 남강 위에 비친 오색찬연한 빛의 향연은 보는 이들을 무아지경에 빠뜨릴 만큼 아름답고 화려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그 화려한 빛의 축제 뒤에 진주 땅의 아픈 역사가 아로새겨져 있다.
1593년,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싸움에서 12만 왜군에 맞서 조선의 7만 군․관․민이 남강에 등을 띄워 왜적의 도하를 막고, 멀리 있는 가족에게 안부를 전한데서 유래한다. 임진왜란 3대 대첩 중에 하나로 꼽히는 진주성 싸움은 유례없이 치열한 전투였다. 그 이유는 진주가 지리적으로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길목이기 때문이었다. 즉, 진주는 아군 군량의 보급지인 전라도 지방과 경계하고 있어 만약 진주성이 함락되면 군사전략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 이유로 진주성 사람들은 마지막 한 사람까지 성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진주성 촉석루 밑의 바위에서 적장을 품에 안고 남강에 뛰어들었던 논개의 충절도 이때 전해진 이야기다. 오늘날의 남강유등축제는 왜적에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죽어간 진주성 싸움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일종의 위령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날의 치열했던 전투 현장인 진주성은 지금은 남강 변 절경의 일부가 돼어 화려한 빛의 축제를 감상하는 자리가 됐으니 세월이 참으로 무상하다. 하지만 진주성이 갖는 충절과 의기를 오늘날까지 전해주는 또 하나의 증표가 있다. 바로 진주육회 비빔밥이다. 비빔밥이야 어느 지방에서도 흔한 음식이지만 진주 육회 비빔밥은 치열했던 진주성 싸움과 더불어 대대로 회자되는 음식이야기 중의 하나다.



치열한 전시 상황이라 먹을 것을 대기가 쉽지 않던 당시, 병사들의 음식을 담당했던 아녀자들이 가장 흔하게 준비할 수 있던 음식으로는 이것저것 나물을 한데 모아 비벼 먹는 비빔밥이 최고였다. 하지만 전투에서 힘을 내 싸워야 할 병사들에게 풀만 먹일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진주 일대는 예로부터 소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했다. 진주성 백성들은 고된 전투에 기진맥진한 병사들이 든든히 먹고 힘을 내 전투에 임하도록 갓 잡은 소의 싱싱한 육질이 살아있는 살코기를 그대로 비빔밥 위에 얹어 부족한 영양분을 채웠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까지 진주비빔밥에 유독 육회가 얹혀 나오는 이유이다.

진주의 전통음식으로는 첫 번째로 꼽힐만한 유서깊은 진주비빔밥의 맛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곳은 뭐니뭐니 해도 시내의 진주성 유적지에서 얼마 멀지 않은 중앙시장이다. 지금은 재래시장의 위축과 함께 많이 활기를 잃었지만 여전히 장터 곳곳에선 철마다 오색 야채며 신선한 육회를 얻을 수 있는 소시장이 열린다.
그런 탓에 인근에는 아직도 갓 잡은 육회를 얹은 진주비빔밥 전문 식당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오랜 역사와 유서를 간직한 식당으로는 ‘천황식당’이 꼽힌다.

시장 골목에 자리잡은 천황식당은 외관부터가 고풍스러워 눈길을 끈다. 대부분이 목조로 된 낡은 가옥에 창문이며 문짝, 내부 설계 등이 보기 흔치 않은 구조다. 알고 보니 일제시대 때 기술자들이 당시의 건축법으로 지은 건물이란다. 건축물만 그런 게 아니다. 내부의 식탁과 의자며, 벽에 걸린 액자까지 모두 세월의 때를 뒤집어 쓴 채 손님을 맞는다.
깔끔한 주인 성품 탓에 식당 내부는 먼지 하나 묻어나지 않을 만큼 깨끗하지만 세월의 흔적은 지울 수 없는 모양이다. 식당을 연 지 올해로 80년째. 식당은 그 오랜 세월 한 자리에서 진주비빔밥을 팔며 중앙시장통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다.


“전에 여기에 땔감을 파는 상인들이 많이 몰려들어서 나무전거리라고 불렀는데 시할머님 때부터 이 자리에서 식당을 했답니다. 그때는 진주 시내 식당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 밖에 되지 않던 때였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진주비빔밥을 만들어 팔았는데, 한창 때는 안채 마당에 멍석을 깔고 손님을 받아도 다 못받을 정도였어요.”
천황식당은 시할머니에 이어, 시어머니, 그리고 그 며느리 김정희씨로 이어져 3대째 가업으로 내려오면서 진주비빔밥의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이 흘러 인근에 식당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입맛도 변해 전과 같은 성시를 이루진 않지만 그래도 전직 대통령이 다 다녀갔을 만큼 진주비빔밥의 전통과 맛에 있어서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주비빔밥은 콩나물, 숙주, 시금치, 어린 배추, 미나리, 양배추, 무나물, 고사리, 쏙대기(돌김) 등의 나물들을 주재료로 하지만 여기에 갓 잡은 신선한 육회를 얹는 것이 특징이다. 온갖 재료들이 풍성하게 담겨있어 화려하면서도 첫 인상은 정갈한 느낌이다. 오색의 소채들의 향과 맛은 깊은 손맛으로 담백하면서 그윽하고, 육회 맛은 살짝살짝 혀에 감기면서 진주비빔밥만의 깔끔한 맛을 잃지 않는다. 그 맛은 먼저 재료의 신선함에서 나오겠지만 그외 직접 손으로 만든 고유비법의 천연 조미료와 재래식 메주로 만든 간장과 고추장에 맛의 비결이 숨어 있다.

“저희 시할머님도 그러셨고 시어머님이 그러셨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간장, 된장, 고추장은 정성스럽게
손으로 직접 담는 게 우리 식당의 원칙이에요.
음식 맛의 비결은 뭐니뭐니 해도 사람 손맛이지요.”

<3대째 진주비빔밥의 손맛을 이어오고 있는 천황식당의 내부와 일제시대 건축양식이 고스란히 남은 건물안쪽>


안채 마당에 안주인이 손으로 담근 장들이 가지런히 항아리에 담겨 있는 모습만 봐도 왠지 정겹다. 똑같은 나물, 똑같은 육회를 써도 사람들이 천황식당 비빔밥을 찾게 되는 건 정성이 담근 손맛을 느낄 수 있어서라고 김정희 씨는 말한다.
요즘의 화학조미료나 인공조미료 맛에 길들여진 젊은이들의 가벼운 입맛엔 진주비빔밥의 담백한 맛이 어떨지 걱정이지만, 김정희 씨는 천황식당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정성이 담긴 손맛과 점점 잊혀져가는 옛 맛을 전해주고 싶다고 한다. 육회 비빔밥에 곁들여 나오는 국은 뜨끈한 선짓국이다. 갓 잡은 소의 육회를 얻을 때 역시나 뜨끈하고 신선한 피를 취해 끓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냄새도 없고 맛도 깔끔하다. 가끔씩 해장국 손님이 와서 따로 팔라고 할 정도로 천황식당의 선짓국은 손님들에게 인기다.


중앙시장 먹자골목에 자리잡은 ‘제일식당’ 역시 진주에선 진주비빔밥으로 유명하다. 시장 통 골목에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제일식당을 알려줄 정도다. 시장 통에서 28년째 역시나 시어머니에 이어 며느리와 함께 가업으로 식당을 하고 있는 제일식당 주인 이윤자씨는 마음이 급해도 나물을 오래도록 정성들여 무치는 것도 비법의 하나라고 한다. 그래야 나물이 먹기 좋게 부드러워지고, 손맛이 깊이 배이기 때문이란다.
봄가을이면 남강 유역에 있는 지리산 등산길에 오르기 전에 중앙시장에 들러 진주 육회 비빔밥이나 국밥으로 요기를 하고 산행에 오르는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그만큼 진주비빔밥은 담백하고 깊은 맛에 입맛을 당기면서도 든든한 영양식으로도 손색이 없는 음식이다.

<중앙시장 먹자골목의 제일식당>


전란 중에 병사들의 든든한 보양식으로서 전투의 숨은 공신이 됐던 진주육회 비빔밥은 오늘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향토음식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잊혀져가는 진주성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푸른 남강의 역사를 후대에게 들려주는 듯 하다.


<
추천식당>
‘천황식당’ (055)741-2646은 중앙시장 외곽의 수정탕 골목을 찾아가면 된다. 80년 전통의 진주비빔밥과 석쇠불고기 등을 메뉴로 하고 있다. 진주비빔밥 가격은 6,000원. 제일 식당(055)741-5591 은 중앙시장 한복판 먹자골목에 있고 진주비빔밥 외에 국밥으로도 유명하다.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까지 와서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가다가 서진주 IC로 빠져나가 시내로 들어선 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중앙시장을 찾아간다. 항공편일 경우, 진주 사천 공항에 내려서 공항 맞은편에서 진주시내로 들어가는 시외버스편을 이용한다.

<주변 볼거리>
진주성, 촉석루, 국립진주박물관, 진양호공원, 경상남도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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