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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캉살캉 달큰한‘멸치예찬’ 등록일 : 2008-01-30 17:08

하얀 눈을 쏟아 붓는 매섭고도 차가운 어느 겨울날. 뜨듯한 고향 아랫목 구들로 쏙 들어가고 싶어지는
귀소본능에, 발길은 어느새 따뜻한 남쪽 나라를 향한다. 봄이 온 냥 나비가 두 날개를 펼친 모양의 그
곳은 바로 경남 남해.


남해가 숨겨놓은 속살 고운 보물 …

살캉살캉 달큰한‘멸치예찬’

- 경남 남해 멸치회

원시어업 죽방렴으로 잡아올린 멸치는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뛰어나다
날개를 고이 접어놓은 지도를 펼치고는 3일 간의‘여정’에 점을 찍어댄다. 쪽빛 바다 위 초록빛 보석을 뿌려놓은 듯 아름다운 섬·섬·섬…. 어머니 자궁처럼 포근해‘가장 아름다운 바다’로 칭송받는 앵강만 벼랑 끝에 층층이 논을 내려 예술을 빚어놓은 다랭이마을, 새벽녘 멸치를 잡고 돌아오는 어부들의 고단 한 일상과 은빛 멸치떼들의 눈부신 춤사위가 묘하게 어우러지는 미조항. 아름다운 비늘을 벗으며 기꺼이 길손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멸치들의 작지만 큰 생애를 고스란히 담아놓은 죽방렴까지…. 지도는 어느새 까만 점으로 가득찬다. 순간 그대로 눌러앉고 싶어지는 충동이 인다.‘마음의 아랫목’없는 이들을 맛과 멋으로 보듬어 주는, 여기는 경남 남해이기에. <맛 하나> 은빛비늘 퍼득이며 뭍에 오른 멸치, 죽어서야 빛나는 생애여!
‘죽방렴멸치’라는 명찰을 달자마자 값은 타 멸치에 비해 곱절이나 비싸게 팔린다
어릴 적 우리네 아버지 최고의 술안주는 고추장 찍어 바른 마른 멸치였다. 이 멸치 대가리 두 어 점이면 비싼 안주도 필요없었던 게다. 술안주는 아니었지만 어머니 역시 멸치를 삶아서 찌개에 넣기도, 들들 볶 아 아이들 도시락 반찬으로 쓰기도, 젓갈로 만들어 김치의 맛을 내기도 했다. 고두현 시인은 멸치를 두 고 아름다운 비늘들, 죽어서야 빛나는 생애라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술안주든, 국거리든, 밥 반찬이든 늘상 우리와 함께 하는 작지만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멸치가 남해에서 특별한 변신을 시도했다. 바로 멸치회. 갓 잡아온 멸치를 남해산 막걸리와 야채와 초장으로 한데 버무려 맛을 낸 별미다. 멸치 본 연의 영양가는 물론이요, 달콤하면서도 새콤하고, 새콤하면서도 칼칼한 맛에 한번 맛 본 이는 결코 잊을 수가 없을 정도다. ‘대나무그물’에 모여든 통통한 몸통, 그 이름‘죽방렴 멸치’
죽방렴은 멸치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일몰명소로도 유명하다
멸치회는 미조항과 삼동면에서 맛볼 수 있다. 특히나 삼동면은 원시어업 죽방렴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다. 지족해협에 V자 모양의 대나무 그물인 죽방렴은 길이 10m 정도의 참나무 말목을 물살이 빠르고 수심 이 얕은 갯벌에 박고 주렴처럼 엮어 만든 그물을 물살 반대방향으로 벌려놓은 원시어장. 거센 조류를 따 라 헤엄치던 물고기들이 통 안에 갇히게 되는데, 한번 들어온 고기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그야말로 새장 속에 갇힌 새. 썰문 때 문짝을 열고 뜰채로 퍼 올리기면 비늘하나, 상처 하나 없는 싱싱한 멸치를 만날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잡아 올린 멸치는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뛰어나기에 ‘죽방렴 멸 치’ 라는 명찰을 달자마자 값이 곱절이나 비싸게 판매된다. 남해 사람들은 멸치에 관해서만큼은 부산의 기장멸치와의 비교를 단연코 거부한다. 기장의 멸치는 너무 기름지고 뼈가 억센 반면, 물살이 빠른 곳에 서 노니는 죽방멸치는 운동량이 많아 육질이 쫀득쫀득하다는 것. 제철은 봄꽃이 피어나는 3월에서 5월사 이. 허나 남해에 가면 사시사철 싱싱한 멸치회를 맛볼 수 있다. 속살 고운 멸치회 … 막걸리 식초 넣어 비린내 없이 새콤달콤
멸치쌈밥. 먹는 방법이 독특하다
삼동면 지족리에는 저마다‘원조집’임을 알리는 간판 을 내걸고 멸치회를 파는 식당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30년째 죽방렴에서 갓 잡아온 멸치를 손으로 일일이 대가리를 떼고 비늘을 벗겨 손님들에게 사시사철 싱싱 한 회를 내놓는다는 우리식당에 가 자리를 잡고앉았다 “이 멸치에 내가 청춘을 바쳤어요.” 남해에서 태어나 지금껏 멸치에 청춘을 고스란히 바쳤 다는 주인아주머니의‘멸치예찬’을 들으며 그 신신한 맛을 상상한다. 사실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멸치회’ 라는 것이 여느 회처럼 살짝 살점을 발라 내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남해 의 멸치회는 멸치무침에 가깝다. 잘 발라낸 멸치에 양 파, 풋고추 등 신선한 야채, 발간 양념장을 넣고 버무 려 낸 멸치무침 위에 깨와 참기름까지 데코레이션으로 얹혀진다. 고소함과 새콤함에, 또는 매콤함에, 미각과 후각이 동시에 자극된다. 멸치회를 집어 입에 한점 넣 어본다. 꼬독꼬독할 것이라는‘멸치 미감에 대한’ 편 견을 단숨에 엎어버리는 순간이었다. 마치 솜사탕처럼 입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씹히는 듯 마는 듯 스르르르 녹아버리는 것. 바람 부는 바닷가, 멸치회 한점, 소주 한잔이면 찰떡궁합
마늘과 함께 쌈을 싸먹으면 더욱 깔끔하다
멸치 비린내도 없다. 그렇다고 멸치 특유의 향이 없어 진 것도 아니다. 고소하고 담백함은 그대로 살아있고, 거기다 새콤함과 달콤함, 매콤함이 함께 공존한다. 기자가 가지고 있는 미약한 글 재주로는 그 맛을 차마 표현할 길이 없다. 그저 직접 맛보길 바랄 뿐. 갑자기 술 생각이 간절해진다. 평소 소주 세 잔이면 고주망태 가 되어버리는 기자도 그 자리에 앉아 한 병을 쉽게 비워낸다. “원래 멸치회는 소주 한 병 들고 바다를 보면서 먹어 야 되는기라. 그라면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따땃해져. 술도 안취하지. 그게 멸치회 제대로 먹는 방법이여.” 이 조그마한 멸치 안에 무엇이 있간디 술이 취하지 않 는 걸까.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다. 멸치쌈밥도 별미다. 생멸치를 육수로 우려낸 다음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 끓인 뒤 양파, 마늘, 고추를 넣고 내장을 떼어낸 산멸 치를 넣어서 끓인 멸치찌개를 말한다. 여느 찌개와는 달리 먹는 방법도 특이하다.
멸치회 외에도 멸치쌈밥은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남해의 별미다
상추와 깻잎을 포개어 펼친 다음 완성된 멸치찌개에서 건져낸 멸치 두 어 마리 올리고, 초절임한 마늘과 된장을 얹어 싸먹는다. 마늘을 넣어 그런지 비린 맛도 없고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아! 네, 알죠. 창선교요? 그 다리를 건너서 좌회전 하면…” 작년에 왔던 손님인데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오겠다는 전화다. 그렇다. 이 기막힌 맛을 어찌 잊을 수 있 을까. 내년 이맘때쯤, 기자 역시 제대로 살이 올라 살캉살캉 씹히는 멸치회의 맛을 못 잊어 먼길마다 않 고 한 달음에 달려오겠지.

◎ 멸치회 맛있는 곳
창선대교 아래 멸치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다.

그 중에서도 막걸리 식초로 비린내를 없앤 우리식당((055-867-0074)이 유명하다.

댓글(1)
  • 2008-01-31 09:00

    가까운곳에..저런게 있었네요~~!!! 멸치회...
    가까운곳에..저런게 있었네요~~!!! 멸치회... 아직 접해보진 못했지만....
    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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