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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별미‘멍게 비빔밥’ 등록일 : 2008-02-26 08:45
《구석구석 맛 탐험대》 |
샛노랗고 보드라운 속살이 민망하게 생긴 듯 하면서도 은은하고 독특한 향과 술술 넘어가는 맛에 입안 에 가득 침을 고이게 만드는 멍게는 배우로 치면 사실 주연급 보다는 엑스트라에 가깝다. 싱싱한 회를 한상 차릴 때 입가심으로 초고추장과 함께 찍어먹으라고 곁들여 나오거나 기껏해야 바닷가 마을에서 없 는 반찬에 오래 두고 먹을 요량으로 젓갈을 담가 먹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도 보리밥에 멍게 젓갈 하나만으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엔 고마운 존재였겠지만 지금은 어디서나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일명, 우렁쉥이, 멍게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멍게가 자신만의 독특한 향과 맛을 내세우며 먹거리 동네에 등장하더니 제법 주연배우 티를 내며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멍게 만의 독특한 개성과 너무나도 대중적이고 친숙한 비빔밥 캐릭터가 절묘하게 만나 환상의 콤비를 이루면 서부터다. 이름 하여 ‘멍게비빔밥’!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멍게젓갈 비빔밥이다. 말 그대로 멍게젓갈을 주재료로 한 비빔밥이다. 이 멍게 비빔밥은 그동안 비빔밥엔 절대 빠져선 안 되 는 것으로 여겨졌던 고추장 양념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멍게 젓갈의 독특한 향과 맛을 들여 놓았다. 비 빔밥이 모양새만 바뀐 게 아니라 거의 맛의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멍게의 자 존심과 명예를 회복시키고 비빔밥의 명성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준 멍게 비빔밥, 그 독특하면서도 친숙 한 멍게비빔밥의 맛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바로 남녘 끝의 섬, 거제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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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수용소 옆에 자리한 백만석 식당은 알고 보니 올 6월에 문을 연 분점이라고 했다. 멍게비빔밥을 시 작한 본점은 분점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했다. 거제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후 여러 지방을 거치며 일식, 횟집 등 요리사로 37년여 동안 일해 온 식당 사장 김성태 씨는 멍게비빔밥을 직접 개발해 선보인 장본인이다. “내가 거제도에 조선소가 들어올 때부터 일식집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늘 음식 만드는 생각만 하는데 , 어려서부터 어머님이 해주신 멍게젓갈을 많이 먹고 자란 기억이 있어요.그래서 멍게젓갈을 가지고 비 빔밥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생각이 들었지요.” 멍게비빔밥의 주재료인 멍게는 어디서나 흔하지만 남해안, 특히 거제도 멍게 맛이 제일이라는 게 게 김 성태 씨의 생각이다. 특히 4월에서 6월경에 난 멍게가 향도 맛도 가장 으뜸이란다. 때문에 매년 이맘때 에 난 살아있는 멍게를 구입해 급냉한 것만을 비빔밥 재료로 쓴다고 한다. 멍게비빔밥을 만들려면 먼저 멍게젓갈을 담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젓갈엔 소금이나 고추장을 많이 쓰지 만 멍게젓갈은 멍게를 잘게 썬 후 약간의 양념과 간으로 버무려 저온에서 반만 숙성시킨다. 젓갈 맛이 너무 짜면 비빔밥도 짜지기 때문에 적당히 심심하게 담는 게 핵심이다. 이 멍게 젓갈을 비빔밥을 내기 직전에 살짝 얼려두었다가 네모꼴로 썰어 서너 조각 밥 위에 얹은 후 참기름과 깨소금, 김가루 등의 재 료를 곁들여 쓱쓱 비비면 멍게비빔밥이 완성된다. 갖가지 채소와 양념이 얹어지는 총천연색 비빔밥에 비하면 비교적 단출해 보인다. 하지만 적당히 숙성 한 멍게젓갈의 향과 맛이 비빔재료와 함께 섞이면서 뜨끈한 밥알 속으로 스며들면, 지금까지 먹어본 비 빔밥과는 다른 독특한 감칠맛을 낸다. 회덮밥도 아닌 것이, 젓갈 맛도 아닌 것이, 멍겟살은 있는 듯 없 는 듯, 씹히는 듯 마는 듯... 은근한 바다 맛이 배인 비빔밥이라고나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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