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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별미‘멍게 비빔밥’ 등록일 : 2008-02-26 08:45


《구석구석 맛 탐험대》

한 번 맛보면 평생 잊지 못할 거제도 별미‘멍게 비빔밥’
경상남도 거제시 해금강.<구석구석 맛 탐험대 5차>사진 가운데.

샛노랗고 보드라운 속살이 민망하게 생긴 듯 하면서도 은은하고 독특한 향과 술술 넘어가는 맛에 입안 에 가득 침을 고이게 만드는 멍게는 배우로 치면 사실 주연급 보다는 엑스트라에 가깝다. 싱싱한 회를 한상 차릴 때 입가심으로 초고추장과 함께 찍어먹으라고 곁들여 나오거나 기껏해야 바닷가 마을에서 없 는 반찬에 오래 두고 먹을 요량으로 젓갈을 담가 먹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도 보리밥에 멍게 젓갈 하나만으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엔 고마운 존재였겠지만 지금은 어디서나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일명, 우렁쉥이, 멍게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멍게가 자신만의 독특한 향과 맛을 내세우며 먹거리 동네에 등장하더니 제법 주연배우 티를 내며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멍게 만의 독특한 개성과 너무나도 대중적이고 친숙한 비빔밥 캐릭터가 절묘하게 만나 환상의 콤비를 이루면 서부터다. 이름 하여 ‘멍게비빔밥’!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멍게젓갈 비빔밥이다. 말 그대로 멍게젓갈을 주재료로 한 비빔밥이다. 이 멍게 비빔밥은 그동안 비빔밥엔 절대 빠져선 안 되 는 것으로 여겨졌던 고추장 양념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멍게 젓갈의 독특한 향과 맛을 들여 놓았다. 비 빔밥이 모양새만 바뀐 게 아니라 거의 맛의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멍게의 자 존심과 명예를 회복시키고 비빔밥의 명성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준 멍게 비빔밥, 그 독특하면서도 친숙 한 멍게비빔밥의 맛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바로 남녘 끝의 섬, 거제도다.
거제포로수용소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가장 큰 섬이 다. 섬이라고는 하지만 오래전에 거제대교가 놓임으로 써 육지와 연결되었고, 국내 굴지의 양대 조선소가 자 리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거제도라고하면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 하나가 있다. 전쟁과 포로들의 땅. 실제로 거제도는 분단국가의 아픔을 상기시켜 주는 거 제도포로수용소가 들어섰던 곳이다. 한국전쟁포로들의 참상과 좌우 이념대립으로 얼룩진 역사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가르쳐 주는 포로수용소는 거제시 중심가 한복 판에 지금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이란 이름으로 지난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그런데 거제도 멍게비빔밥 얘기가 나올라 치면 꼭 포로수용소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멍게 비빔밥과 포 로수용소 사이에 별난 내막이 있을 리 만무한데도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멍게비빔밥으로 유명한 "백 만석식당"이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제도 앞바다에선 싱싱한 멍게가 많이 잡히기 때문에 시내 어디서나 멍게비빔밥을 먹을 수 있지만 거제도 멍게비빔밥 하면 다들, 포로수용소를 찾아가라고 말한다. “관광오신 분들이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한번 둘러보시고 돌아가시는 길에 멀리 갈 필요도 없이 가까 운 곳에 들러 거제도 멍게비빔밥 맛을 보시라고 바로 옆에 식당을 냈지요.” 아니나 다를까, 점심시간 못 미쳐 거제도 시내에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포로수용소 공원을 한바퀴 돌고 난후 기분 좋은 허기를 안 고, 멀리 갈 것도 없이 백만석 식당으로 총총히 들어서는 게 관광객들의 시내 탐방 코스가 되다시피 했 다.
살짝 얼린 멍게젓갈에 참기름과 깨소금, 김가루 등을 곁들여 비벼 먹는 멍게 비빔밥

포로수용소 옆에 자리한 백만석 식당은 알고 보니 올 6월에 문을 연 분점이라고 했다. 멍게비빔밥을 시 작한 본점은 분점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했다. 거제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후 여러 지방을 거치며 일식, 횟집 등 요리사로 37년여 동안 일해 온 식당 사장 김성태 씨는 멍게비빔밥을 직접 개발해 선보인 장본인이다. “내가 거제도에 조선소가 들어올 때부터 일식집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늘 음식 만드는 생각만 하는데 , 어려서부터 어머님이 해주신 멍게젓갈을 많이 먹고 자란 기억이 있어요.그래서 멍게젓갈을 가지고 비 빔밥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생각이 들었지요.” 멍게비빔밥의 주재료인 멍게는 어디서나 흔하지만 남해안, 특히 거제도 멍게 맛이 제일이라는 게 게 김 성태 씨의 생각이다. 특히 4월에서 6월경에 난 멍게가 향도 맛도 가장 으뜸이란다. 때문에 매년 이맘때 에 난 살아있는 멍게를 구입해 급냉한 것만을 비빔밥 재료로 쓴다고 한다. 멍게비빔밥을 만들려면 먼저 멍게젓갈을 담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젓갈엔 소금이나 고추장을 많이 쓰지 만 멍게젓갈은 멍게를 잘게 썬 후 약간의 양념과 간으로 버무려 저온에서 반만 숙성시킨다. 젓갈 맛이 너무 짜면 비빔밥도 짜지기 때문에 적당히 심심하게 담는 게 핵심이다. 이 멍게 젓갈을 비빔밥을 내기 직전에 살짝 얼려두었다가 네모꼴로 썰어 서너 조각 밥 위에 얹은 후 참기름과 깨소금, 김가루 등의 재 료를 곁들여 쓱쓱 비비면 멍게비빔밥이 완성된다. 갖가지 채소와 양념이 얹어지는 총천연색 비빔밥에 비하면 비교적 단출해 보인다. 하지만 적당히 숙성 한 멍게젓갈의 향과 맛이 비빔재료와 함께 섞이면서 뜨끈한 밥알 속으로 스며들면, 지금까지 먹어본 비 빔밥과는 다른 독특한 감칠맛을 낸다. 회덮밥도 아닌 것이, 젓갈 맛도 아닌 것이, 멍겟살은 있는 듯 없 는 듯, 씹히는 듯 마는 듯... 은근한 바다 맛이 배인 비빔밥이라고나 할까.
바다의 맛이 스며든 멍게비빔밥멍게비빔밥의 짝, 신선한 굴무침

멍게비빔밥도 일품이지만 음식이란 모름지기 곁들여 먹는 음식에 따라 그 맛의 품격이 달라지기도 하다 . 김성태 씨는 멍게비빔밥에 곁들여 뚝배기 하나 가득 끓여 나오는 지리(생선국)가 또 일품이라며 은근 한 자부심을 내비친다. "우린 반드시 시매(살아있는 생선)를 씁니다.거제도, 통영, 삼천포 등지에서 직 송해서"펄떡펄떡" 살아있는 걸 갖다가 핏물을 빼고 특별한 조리법으로 끓여내지요." 살아있는 생선으로 끓인 탓인지 지리는 비린내가 없고, 살도 졸깃졸깃해 풀어지지 않고 무엇보다 단백 하고 개운한 뒷맛이 입안을 상큼하게 씻어주는 느낌이다.밥 한 그릇에 생선지리 하나만으로도 한 끼 식 사는 너끈히 될 만큼 지리의 내용이 알차고 실하다. 지리는 철마다 다른 메뉴를 선보인다. 봄 도다리와 노래미, 우럭이 주종을 이루지만 겨울이 되면 생대구탕이나 물메기탕을 곁들여 낸다. 멍게비빔밥과 지 리. 언뜻 비린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걱정할지도 모르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단백하고 개운 하다. 멍게비빔밥은 멍게비빔밥대로, 지리는 지리대로 별미이면서, 둘의 조합이 탁월하다. 그 밖의 거 제도의 3대 특산물인 굴과 미역, 표고버섯을 이용한 밑반찬과 영양 많은 고등어구이 등이 함께 나온다. 일인분의 만 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식단이다.
멍게는 어디서나 흔하게 먹을 수 있고, 비빔밥은 전국적으로 대중적인 음식이지만 그 둘이 만난 멍게비빔밥엔 왠지 거제도의 특별한 맛이 담겨있는 듯하다. 거제도에서 나는 특급(?)멍게와 거제도에서 나고자란 토박이 일급 요리사의 손맛이 어우러져 거제도만의 풍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 아닐까?
<가는 길> 경부 또는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대전-통영 고속도로로 바꿔 탄다. 통영을 지나 거제대교를 건 너 직진한다. 시외버스를 이용할 경우 고현 터미널과 장승포 터미널에 하차하고, 항공편은 진주사천공 항이나 부산공항에 내려 버스를 타거나 부산에서 여객선을 타고 거제도로 들어간다. <백만석 식당> 백만석 식당을 찾아가라면 시청 근처의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을 찾아가면 된다. 본점은 시청과 포로수용 소 사이에 위치하고 있고, 분점은 포로수용소 정문 바로 옆에 있는데, 분점은 2,3층 230여 석에 주차시 설을 완비하고 있어 더욱 편리하다.(055)638-3300 멍게비빔밥은 1인분에 만 원, 그밖에 각종 생선회 등 의 메뉴가 있다. 한가위 설날 외 연중 무휴다. <주변 볼거리> 포로수용소유적공원 , 거제박물관 , 옥포대첩기념공원 , 장승포 , 학동 동백숲 , 해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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