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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맛길 - 섬진강 이야기 등록일 : 2008-04-15 08:49

실핏줄처럼 가는 개울물 하나도 흐트러짐없이 모두 한데 모여 아다지오의 느린 선율로 흐르고 또 흐르는
섬진강. 그 강이 흘러 곡성에 와서는 심청의 효심을 연분홍 매화로 피어내고,  산동 19살 처녀가 목놓아
부르는 산동애가처럼 서럽도록 아름다운 산수유꽃을 구례에 마구 뿌려댄다. 더 아래로 내려와 하동에 이
르면 하이얀 꽃구름을 피워 올려, 농익은 봄의 자태를 한껏 펼쳐 보인다. 춘삼월, 섬진강 물길따라 휘어
져 감기는 풍경은 그야말로 꽃물결. 꽃물결이 더욱 강하게 일렁일수록 은어는 힘차게 바다를 거슬러올라 
상큼한 수박향을 내뿜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참게의 몸놀림 또한 활력이 넘친다. 지리산 구비마다 넘쳐
나는 산채나물의 파릇파릇함 또한 어떠한가. 미각을 자극하는 ‘섬진강의 봄’ 은 심리적 파문을 일으킬 
만큼 매혹적이다. 


【Scene #1 곡성 찍고~】
                
                               너희가‘참게’맛을 아느냐?

참게는 토속적인 향긋한 맛을 내는 섬진강의 별미다

‘게’라는 것이 본디 맛은 둘째 치고, 살을 발라먹기 까다로운 녀석으로 유명하다. 보통 크기의 바닷게 도 그러할 진데 그보다도 훨씬 작을 뿐더러 살도 별로 없는 참게라고 하면 귀차니스트들은 입도 대기 전에 먼저 손사래부터 친다. 때문에 기자와 같이 성미가 급한 사람은 살살 살을 발라먹기보다는 아예 통째로 ‘와그작’ 깨물어 씹어 먹어버리기도 한다. 반대로 귀찮음을 무릅쓰고 철저한 속살공략으로 작은 다리까지 알뜰하게 쏙 빼먹는 사람도 있으니…. 그 방법이야 어찌됐든 우여곡절 끝에 그렇게 입 속으로 들 어온 살점의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아는 참게만의 매력.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참게탕’, 좋지 아니한가!

신선한 참게와 우거지로 만들어낸 참게탕은 껄껄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일품

게 중의 ‘明게’인 참게는 바로 섬진강의 별미다. 혹자들은 봄만 되면 이 참게의 맛을 보고자 허위허위 다섯 시간이 넘는 주행시간을 마다않고 섬진강변으로 달려간다. 봄나물로도 치유가 안 되는 까칠해진 입맛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명약쯤 될까. 참게요리는 섬진강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답다는 곡성에서 구례 까지의 17번 국도를 따라 가다 섬진강과 보성강이 합류하는 지점인 압록유원지에서 맛볼 수 있다. 강 양 기슭에는 각양각색의 간판을 단 참게요리집이 즐비해있다. 참게를 이용해 만든 요리는 참으로 다양하다. 양념에 절여 간을 맛깔스럽게 간이 잘 밴 참게장, 노릇노릇 구워 군침 돌게 만드는 참게구이까지 …. 허나 이곳의 자랑은 뭐니 뭐니 해도 껄껄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일품인 참게탕이다.

내숭은 가라! 억척스럽게 오돌오돌 씹어 먹어야 제 맛이니…

갖은 양념과 들깨를 갈아서 만든 육수물에 우거지와 참게를 푹 끓여낸 참게탕은 감칠맛나게 넘어가는 맛이 뱃속을 가득 채우고, 큰 녀석으로 참게를 하나 잡아 깨물면 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흘러넘친다. ‘어떻게 하면 참게를 잘 먹었다 소문이 날까’묻는 기자에게 식당 주인아주머니는 “억척스럽게 오돌오돌 씹어 먹어야 제 맛”이라는 말을 넌지시 건넨다. 물론 참게탕은 굳이 섬진강까지 내려오지 않더라도 어느 지역에서나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참게탕의 맛을 좌우하는 신선한 참게와 1년동안 말린 우거지로 만들어 낸 탕의 맛은 차원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천하의 소심녀 기자도 체면 불구하고 “아줌마, 밥 한그릇 더요” 라고 외치게 될 정도니 말이다. 여기다 짭짜름한 참게장까지 맛본다면 실로 섬진강 맛 기행의 진수 를 느끼게 되는 셈.

“칙칙폭폭” 기차타고 즐기는 추억의 영화 ‘머리카락 휘날리며’


곡성의 멸물 "섬진강 증기기관차"(좌)와 영화 "아이스케키" 의 세트장(우)

참게탕을 먹고 배가 불록 솟아오르면 소화도 시킬 겸 섬진강 기차마을을 찾아보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의 촬영장소가 되기도 했던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은 1960년대 석탄연기로 얼굴을 온통 까맣게 그을리게 했던 추억의 열차와 똑같이 설계된 증기기관차가 있는 곳. 증기기관차는 추억속의 열차를 타고 분홍색 철쭉 등 섬진강변에 만발한 봄꽃과 은빛물비늘이 아름다운 섬진강물까지 흘러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아주 높다. 그야말로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아득한 향수를, 어린이들에게는 그림책 속 상상의 세계를 선사하는 곳 인 셈. 기차를 타고 나서는 곡성역사 옆에 있는 영화 ‘아이스케키’의 세트장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Scene #2 구례 찍고~】 노란 물감 풀며 반짝반짝 봄노래 한창인 산수유마을


봄에는 노란 빛으로, 가을에는 붉은 루비빛으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산수유

봄이 오긴 정말 왔나보다.
곡성에서 구례로 가는 길녘이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어있는 걸 보니 말이다. 전국 최고의 산수유군락지인 구례 산수유마을에 도착하니 그 빛은 더욱 짙어져 아예 노란 꽃구름을 이룬다. 통칭 산수유 마을, 즉 상위마을은 2월 말에 노오란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초까지 피어 있어 상춘객들의 마음을 한껏 매료시킨다. 산수유는 낱낱의 꽃송이도 아름답지만, 수천 그루가 한꺼번에 노란 꽃무리를 지으면 화사하기 그지없다. 마을돌담길을 따라 피어난 산수유는 봄을 맞는 열여덟 처녀의 두근거리는 가슴처럼 수줍다. 계곡에 흐드 러지게 핀 산수유는 아예 노란 물감을 들인 동화 속 나라로 바꿔버린다. 춘삼월, 산수유마을에서 벌이는 꽃 잔치를 즐기다 가는 건 어떠한가.

산채나물 그득, 대나무 향이 가득한 지리산 대통밥


대나무에 밥을 지어 담백하고 깊을 맛을 내는 지리산 대통밥

구례는 산수유 말고도 지리산을 누비며 뜯어낸 더덕, 고사리 등 봄 향기 가득한 무공해 나물로 한 상 가득 차려진 산채한정식도 유명하다. 조금 특이한 별미를 먹고 싶다면 화엄사 초입에 있는 지리산대통밥전 문집을 찾아도 좋다. 말 그대로 대통밥은 대나무에 밥을 짓는 것으로 대나무와 녹차등을 알맞게 넣고 푹 끓여낸 대나무차를 물 대신 넣는 것이 특징. 그래서인지 밥 맛이 담백하고 깊다. 대통밥은 체내의 열과 독을 제거하고 몸속에서 막힌 기의 통로를 뚫어주며 대나무 숯은 농약성분을 걸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디 밥뿐이랴. 곁들여 나오는 반찬도 인공 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죽염과 집 간장으로만 간을 낸 우거지된장국, 죽순회, 더덕구이, 드릅나무 등 건강에도 좋은 찬들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제대로 차 려진다. 맛 또한 기가 막히니‘이래서 남도음식을 최고로 치는 구나’싶다.

【Scene #3 하동 찍고~】

화엄사와 쌍계사, 소담스런 벚꽃 길동무하고…

현존하는 우리나라의 목조건물 중 가장 큰 규모인 화엄사의 각황전과 석등

아무리 담백한 ‘대통밥’ 에 취했더라도 화엄사 여정을 빠뜨리진 말자. 화엄사는 그 하나만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기에도 아깝지 않는 절집. 먼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목조건물 중 가장 큰 규모인 각황전이 있고 특히 네 마리 사자가 탑신을 받치고 인간의 희로애락을 상징하는 ‘4사자 3층 석탑’, 한쪽 무릎 을 세우고 연화좌 위에 정좌한 ‘공양상’ 등 한국적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는 불교유물이 가득하기 때 문이다. 구례의 화엄사를 둘러봤다면 하동에 있는 쌍계사도 들려보자. 두 곳 모두 섬진강 여행에서 빼놓 을 수 없는 필수 코스.

"혼례길" 이라 불리는 십리벚꽃길(좌)과 쌍계사 석탑(우)의 모습
일단 쌍계사 절도 매우 운치가 있지만,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의 십리벚꽃길은 이맘때면 마치 높은 하 늘의 구름이 머리위로 내려앉은 것 같은 기분에 빠지게 된다. 그 황홀한 모습으로 십리벚꽃길은‘혼례길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감동적인‘청혼’을 준비하고 있는 연인이라면, 이 곳에서 과감히 고백 해보는 것도 좋겠다. 쌍계사는 절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주문에서 금강문, 천왕문, 9층석탑을 지나 팔 영루, 대웅전, 화엄전까지 일직선상에 놓여있어 한걸음에 대웅전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이 큰 특징. 섬진강 물빛을 닮은‘재첩국’… 애주가 속풀이로 그만

해장국으로도 좋지만,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는 보양식인 재첩국
“재치국 사이소” 지금은 들을 수 없지만 매일 밤 골목을 울리던 메밀묵 장사꾼처럼 어린 시절 추억의‘외침’이다. 여기 서 재치국은 재첩국. 재첩은 바다와 가까운 강의 모래 속에 사는 작은 조개. 재첩은 10년전만 하더라도 경상도의 지방의 도시의 아낙네들이 전날밤 과음한 남편을 위해 준비하던 음식이었다. 허긴 아직도 술꾼 들이 즐겨 찾는 해장국으로 재첩국이 첫 손에 꼽히는 것을 보더라도 그 해독효과는 어느 정도 증명이 된 셈. 굳이 해장국이 아니더라도 보양식으로도 이름 높은 재첩은 현재 하동의 대표 브랜드다. 모양을 자세 히 보자니, 타음식들처럼 눈요기라도 좋게 치장한 화려함도 없다. 그저 푸른 우윳빛 국물에 가지런히 떠 있는 부추, 그리고 송송 썰어놓은 파, 껍질 벗은 재첩이 전부다. 들어가는 조미료도 소금 하나 뿐. 사실 상 한 입 뜨면“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할 정도의 감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허나 인공적인 조미료로 만 든 음식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 그 맛은 마치 무릇 모든 맛의 기초의 맛처럼 맺히고 끊 어지는 데가 전혀 없는 풀어진 맛 그대로다. 어렵다. 어떤 표현을 써야할지, 딱 맞는 형용사를 찾아내기 도 힘들 만큼 오묘한 맛이다. 재첩국 말고도 제첩 만을 건져내 초고추장과 갖가지 채소로 버무린 재첩회 도 새콤 달콤 씹히는 맛이 일품.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곱다? … 상큼한 수박 향이 감도는 독특한 은어회

푸릇푸릇한 수박향을 내는 은어회, 고소하게 씹히는 맛이 최고다
하동의 진미(珍味)하면 은어도 빠지지 않는다. 한번 맛을 본 사람이라면 너나없이‘은어마니아’가 될정 도로 그 맛은 참으로 기가 막힌다. 은어는 옛날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를만큼 이름나 있는 남도음식 중에 하나요,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곱다는 말이 나올 만큼 청정수역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다. 특히나 섬진 강에서 잡힌 은어는 깨끗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은어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은 절대 탕이나 찜 으로 해먹지 않는다. 회로 먹어야 만이 느낄 수 있는 수박향의 오묘한 맛을 함께 음미할 수 있기 때문. 은어 회를 주문하면 한 접시에 여섯마리 정도가 나오는데 머리에서 꼬리까지 버릴 것이 하나 없다. 오히 려 머리 부분이 입안에서 더욱 고소하게 씹힌다. 역시 다른 회들처럼 양념에 찍어 상추쌈에 올려 먹으면 더욱 꿀맛이다. 사실 은어는 바다에서 올라오는 6월~7월 정도가 가장 맛이 있지만, 봄철 먹는 은어의 쫄 깃쫄깃한 맛도 그에 못지않다.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화개장터
섬진강 맛 기행의 마침표는 화개장터에서 찍기로 하자.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에…” 가수 조영남의 노랫말처럼 전라도 사 람, 경상도 사람의 경계가 의미조차 없는,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삶의 터전인 화개장터. 역시 “있 어야 할 것은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그 곳에서 아직은 오롯이 남아있는 풋풋한 시골 장터의 인심도 느 껴보고 돌아오면 좋겠다.
《여행 팁》

▷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가는 방법
1) 자가 이용 시 : 호남고속도로(곡성 I.C)와 국도(전주-남원) → 섬진강 기차마을
2) 대중교통 이용 시 : (기차) 곡성 역에 도착하여 도보나 택시 이용(0.8km) / (버스) 곡성읍 시외버스터
미널에서 택시이용(약 1.5km)

▷ 곡성 참게탕 맛있는 집
섬진강변에는 참게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압록 유원지에 있는 용궁산장 (061-
362-8346)의 참게탕이 얼큰하면서도 구수하다. 

▷ 구례 산수유마을 가는 방법
호남고속도로 전주IC(17번 국도, 남원방면) → 남원춘향터널을 나서자마자 오른쪽의 우회 전 고가도로로
들어섬 →밤재터널 →지리산온천 교차로→지리산 온천→상위마을

▷ 구례 화엄사 가는 방법
서울 → 대전 → 전주 → 남원, 춘향터널 지나 우측 순천행 19번 산업국도 → 밤재터널 →  20.2km →구
례 IC에서 19번 국도로 진입하여 냉천 삼거리에서 좌회전 (18번국도) → 3.5km → 마광 삼거리에서 직진
 → 2.1km → 화엄사

▷ 지리산대통밥 맛있는 집
구례 화엄사 입구쪽에 산채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많다. 대통밥은 화엄사 주차장 입구쪽에 있는
구례 지리산대통밥(061-783-0997)이 맛깔스럽다.

▷ 하동 쌍계사 가는 방법
남해고속도로 하동인터체인지 → 하동읍, 19번국도 → 화개면 탑리 쌍계사 방면 지방도 → 쌍계사

▷ 하동 재첩국과 은어회 맛있는 집
섬진강에서 직접 채취한 재첩만 쓰는 집으로 유명한 하동군읍 화심리에 있는 섬진강 재첩횟집(055-883-
5527)의 재첩국과 은어회가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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