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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옥천골 한정식’ 등록일 : 2009-01-09 08:54

밥상 위 숟가락과 젓가락의 협연

보편적으로 봤을 때, 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 젓가락을 주로 사용한다. 숟가락은 국물을 떠먹을 때나 사용하기 때문에 밥상에서 출현 횟수는 낮은 편.


허나 순창의 ‘옥천골 한정식’에서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비슷한 횟수로 사용된다. 국을 떠먹을 때나 쓰던 숟가락이 새하얀 고봉밥을 뜰 때도 쓰이고 간간하게 졸여진 갈치조림을 먹을 때도 숟가락은 요긴하게 쓰인다. 어른들이 말하는 ‘깨작깨작’ 밥 먹기가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한정식이라는 이름을 단 밥상을 처음 받아보는 이는 낯설 것이다. 분명 밥을 먹으러 들어갔는데 ‘휑덩그레한’ 방에 사람들만 마주앉아 있는 모습은. 특히 그 방이 안방과 대청을 튼 것만큼 넓었을 경우는 더욱 그렇다.


방으로 안내받아 들어서니, 사람들이 편안한 모습으로 마주앉아 있다. 상이라는 가림막을 두지 않고도 밥을 함께 먹을 만큼 익숙하고 편안한 사이처럼 보인다.


“한정식 두 개제?”
이곳에 오면 으레 한정식을 먹는다는 전제가 가득 밴 질문.


“예”라는 대답을 하고 자리에 앉으니 작은 쟁반에 주전자와 컵이 먼저 나온다. 주전자 안 구수한 숭늉이 뜨겁다.


“아, 숭늉 시원하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린다.

[사진설명 : 시원한 된장 국물 맛이 최고]


그렇게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준비된‘ 밥상이 나온다. 상 한쪽씩을 나눠 든 두 분은 “맛나게 잡수쑈” 한마디와 함께 능숙하게 상을 놓는다. 서양 코스요리가 익숙한 이들이었다면, 거짓말 조금 보태 기함할 일이다. 상은 모든 찬과 밥 국이 한번에 다 차려져 있다. 그저 그 위에 숟가락과 젓가락만 갖다 대면 된다. 기다리던 택배 물건을 한꺼번에 다 받은 듯 든든하다 .


가장 먼저 숟가락이 가는 것은 된장찌개. 뚝배기에 넉넉하게 담긴 된장찌개는 특별한 재료는 없지만 자꾸 숟가락을 당긴다. 다 먹고 보니 국물을 하도 떠먹어 건더기만 남았을 정도.

[사진설명 : 불 향이 그득 밴 돼지불고기와 소불고기]


상의 주요리는 돼지불고기와 소불고기. 마당 한켠 석쇠 위에서 구워낸 이것들은 더러 꺼멓게 그을리기도 한 자국이 그대로 남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게 밴 것은 불의 향. 고소한 불 향이 고기에 배 입맛을 돋운다. 쫄깃하게 씹히는 돼지고기 끝 껍데기 맛은 꿀맛.


제철 맞은 꼬막무침도 밥도둑이고 간간하게 졸여진 갈치조림도 자주 손이 가는 반찬. 석쇠에서 구운 조기 도막도 꼬리 채 들고 하모니카 불듯 먹을 만큼 맛나다.


새콤한 매실장아찌, 고추장에 묻어둔 더덕, 쫄깃한 간자미 무침, 시원한 묵은 김치도 꼽을 수 있는 반찬. 그 외에도 고사리, 묵 무침, 버섯볶음 등 찬이 푸짐하고 맛 또한 기대에 미친다. 무엇보다 엉덩이 따뜻하고, 구수한 된장 냄새 깊이 밴 시골 방안에서 먹는 밥이라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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