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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더라면 등록일 : 2008-12-19 09:32

1. 사랑에 좌절해 죽을 결심이라면, 살아남아서 죽도록 사랑하라!
-프랑스를 발칵 뒤집어놓은 티에리 코엔의 처녀작, [살았더라면] 출간!
-자살률 세계 1위를 치닫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소설!

통계청이 발표한 2006년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4.7명으로 OECD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전체 사망자수의 4.7퍼센트이며 연중 1만2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하루 평균 33명, 약 44분에 1명 꼴로 자살이 이어졌다. 통계자료에서 보듯 해마다 상승곡선을 그려가고 있는 자살률은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대중스타들의 연이은 자살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생명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행위로 간주되는 자살 문제를 중심 소재로 다룬 티에리 코엔의 장편소설 [살았더라면]은 나날이 높아가는 자살률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여인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한 주인공 제레미는 구애를 거부당하자 자살을 기도한다. 2001년 5월 8일, 제레미의 스무 번째 생일에 벌어진 일이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제레미는 사랑하는 빅토리아 곁에서 눈을 뜬다. 날짜는 2002년 5월 8일.
주인공도 읽는 이도 다 같이 어리둥절한 가운데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주인공 제레미는 지난 일 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채로 사랑하는 여인 곁에서 지상천국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 환상적인 행복은 잠시뿐, 밤이 오자 그는 별안간 무력감에 빠지고 곧이어 이상야릇한 환영을 보면서 혼수상태와도 같은 잠 속에 빠져든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곁에는 웬 아기가 잠들어 있다. 때는 2004년 5월 8일. 모르는 사이 다시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고, 빅토리아와 결혼한 그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다.
44년이라는 세월 동안 제레미는 잠들었다 깨어나기를 아홉 번 되풀이한다. 깊은 잠에 빠졌다가 눈을 뜨면 시간은 저만치 달아나 있고, 눈앞에는 감당하기 힘든 악몽이 펼쳐져 있다. 제레미가 잠든 사이 냉혹하고 잔인하고 이기적이며 파렴치한 또 다른 제레미가 빅토리아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갖은 악행을 저지르는 것. 잠시 잠깐 깨어날 뿐인 제레미는 지상지옥이 따로 없는 고통 속에서 절망과 무력감을 맛본다.
사랑하는 빅토리아와 두 아들, 부모님에게까지 인간 망종으로 취급받게 된 제레미는 본연의 그 자신으로 돌아오는 아홉 번의 기회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해내고자 전력을 다한다. 스스로 범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또 다른 제레미를 가족들로부터 격리시킨 것은 그가 궁여지책으로 결행한 일이다. 다량의 마약 소지죄로 생의 절반을 감옥 속에 살게 된 제레미는 그나마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한 것에 안도하지만 남은 것이라고는 지치고 병든 몸뚱이밖에 없다. 아버지를 용서하고 찾아와주는 둘째 아들 시몽만이 유일한 위안이다. 시몽은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의 화신이다.


2. 한순간의 절망, 그릇된 선택을 뛰어 넘어 미치도록 살고 싶어지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제레미가 모르는 사이 그의 삶을 망쳐놓는 그의 분신은 도대체 누구일까? 그는 2001년 5월 8일에 정말로 죽은 것일까? 아니면 미치거나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신의 저주를 받은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읽는 이의 머릿속엔 이런저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읽는 이들은 주인공의 운명에 대해 추리를 거듭해나가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죽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하고 타인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해, 즉 삶과 죽음, 사랑과 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현실과 허상, 저승과 이승 사이에서 방황을 거듭하는 한 남자의 생애를 이야기 한다. 마치 [신곡]에서의 ‘단테’처럼 지상지옥을 경험하는 동안 제레미는 점차 한순간의 극단적인 선택이 초래한 비극적인 결과에 대해 깨달아간다. 종결부에서 작가는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제레미가 위스키와 함께 삼킨 알약을 토해내고 자살을 결행했던 스무 살 당시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다시 살아 사랑하는 빅토리아 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죽음에 앞서 제레미에게 지옥을 경험하게 만든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신일까, 아니면 환상일 뿐인가?
티에리 코엔은 작품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희망을 잃고 자살 충동을 느낀 어떤 사람이 내 소설을 읽고 결심을 철회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 소설을 쓴 이래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읽는 이는 어느새 삶에는 다양한 선택의 길이 놓여있음을 깨닫게 된다. 자살은 잘못을 수정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하는 최악의 선택일 뿐이다. 단 한 번의 선택으로 더 이상 희망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잠시 깨어날 때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생이 파괴되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제레미의 모습은 자살의 비극성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생명은 모든 인간에게 고유하게 주어지는 권한이지만 삶과 죽음의 문제는 반드시 개인적인 문제로 국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한 사람의 생명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즉 가족·친구·이웃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의 뇌리에 평생 어두운 기억으로 남겨진다는 것만으로도 자살은 재고의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프랑스에서 출간 2주 만에 10만 부가 팔렸으며, 16개국에 저작권이 판매되었다. 이 소설 한편으로 티에리 코엔은 일약 기욤 뮈소, 마르크 레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가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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