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베이징, 도쿄, 서울… 대도시 젊은이들의 사랑 공감共感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왕원화王文華는 도시의 화려함 속에서 외로움을 안고 사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주로 그리는 작가다. 그의 작품 『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는 서울과 다를 바 없는 대도시 타이베이
에서 바쁘게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일상과 사랑,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타이완뿐만 아니라 중국
대륙과 일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타이베이를 비롯해 베이징, 상하이, 도쿄의 젊은이들이 열광한 『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 사실 주
인공의 이름을 한국 이름으로 고친다 해도 전혀이상할 게 없는 이 소설을 만나보자. 지금 왕원화를
읽는 것은, 오늘, 이 순간,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시아의 젊은이들을 만나는 일이다.
소소한 일상에 대한 관찰력과 그 속에서 빛나는 따뜻한 시선 왕원화의 『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는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달력에서나 알 수 있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일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천 가지 만 가지의 감정 변화를 조심스럽게 잡아내어 섬세
한 묘사와 기울지 않는 시선으로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그는 일상이 가진 무게와 힘을 안다. 언제나
명랑 쾌활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욕실에서 양치질을 하다가 문득 외로움에 떨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나, 지나간 사랑을 떨치지 못하고 비 오는 운동장을 달리는 사람의 마음이나, 모임 장소에서 제
각각 울리지 않는 휴대폰만 쳐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은 공허하고
외로운 도시 남녀의 내면을 정밀하게 드러낸다. 왕원화의 소설이 빛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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