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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들의 도시 등록일 : 2009-02-13 14:10

눈먼 자들의 도시

이 소설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놓는 상황, 즉 `만약 이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눈이 멀고 단 한 사람만이 보게 된다면`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눈이 멀었다`는 사실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눈이 멀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유한 많은 것을 잃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실제 `소유`는 현대 산업 사회에서 기본적 생산 양식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와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에야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물질적 소유에 눈이 멀었을 뿐만 아니라 그 소유를 위해 우리의 인간성조차 쉽게 말살하는 장님이기에 눈을 비벼 눈곱을 뗀 후 세상을 다시 보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어가면 갈수록 우리도 모르게 작가의 담론에 이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조금씩 인습과 편견, 고정 관념과 정형화된 삶으로부터 해방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신문을 읽다가 갑자기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면 그것도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게 되고, 환상특급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사라마구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도심의 시가지, 차를 몰고 가던 한 남자의 눈이 일순간에 멀어버린다. 불행은 이 남자에게서 그치지 않고 그가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또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에게로 퍼져나간다. 결국 온통 눈먼 사람들만 남은 도시는 연옥의 아수라장으로 변하게 된다.
극한에 처한 인간들이 보이는 것은 짐승 같은, 아니 짐승만도 못한 악한 본성. 단 한 사람, 눈이 멀지 않았던 여자의 말은 우리로 하여금 주위를 새롭게 둘러보게 한다. "난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눈먼 자들은 끝없는 탐욕에 눈이 멀어 있는 현대인의 자화상은 아닐까. 우리는 사라마구의 도시에 버금가는 풍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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