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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등록일 : 2009-05-30 10:27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라는 에
세이를 한 권 발견했다. 그 당시에 난 전혜린이 <데미안>외 수많은 책을
번역한 유명한 사람인 줄도 모르고, 단지 제목이 독특하고 마음에 들어서
무작정 집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책을 통해 전혜린이라는 사
람을 조금씩 알게 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전혜린에 대한 나의 느낌은 충격 그 자체였다. 결혼 후 독일땅으
로 유학을 가서 번역일을 해가며 보낸 그녀의 신혼은 별로 행복하게 보이
지 않았다. 그녀는 생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너무 많은 고뇌를 끌어 안
고 살았던 것 같다. 책을 읽다가 그녀의 지나치게 비관적인 글을 읽게 되
면 혹시나 이러다 그녀가 목숨을 끊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마저 가지
기도 했다. 언제나 삶의 '극한(極限)'에 도달하고자 하는 그녀의 삶은 그
만큼 위험해 보였다. 그리고 그만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결국은 자살로
그녀의 삶은 마침표를 찍었다. 자기 목숨처럼 사랑하는 아이를 세상에 남
겨두고 간다는 사실을 슬퍼했던, 마지막까지 완전히 자유로운 생을 살고
자 했던 그녀의 죽음은 내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렇게도 생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그녀가 그 극한에의 의지를 '죽음' 쪽이 아닌, '삶' 쪽에
조금만 더 기울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전혜린의 글과 그리고 그녀 자체에 매료되었을 당시만해도 난 그녀
를 동경하며 그녀와 같은 삶을 살고자 노력하려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그녀의 그러한 삶에 대한 극단적인 생각의 방법들이 그녀를 더
욱 지치고 힘들게 해 결국 죽음으로까지 내몰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완숙하고도 생명감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더욱
많이 감상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