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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등록일 : 2009-07-07 16:44

미실 - 제1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세계문학상 당선작 《미실》
1억원 고료 제1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김별아의 《미실》이 출간되었다. 김별아는 1993년 실천문학에 중편 〈닫힌 문 밖의 바람 소리〉로 등단, 장편소설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소설집 《꿈의 부족》 등을 통해 개인적 체험과 경험적 사실을 허구로 가공하여 보여 주는 글쓰기에서 탈피, 자기를 떠난 소재를 통해 말하기라는 독특한 방법론을 통해 열정적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 심화시켜 왔으며 부단한 자기 성찰을 계속해 왔다.
《미실》은 신라의 전성기 때 진흥제, 진지제, 진평제와 사다함 등 당대의 영웅호걸들을 미색으로 녹여 낸 신라 여인 미실을 통해 현대와 같은 성(性) 모럴이 확립되기 전의 신라로 거슬러 올라가 가장 자연스러운 여성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 작품이다. 김대문의 《화랑세기》에 묻혀 있던 신비스러운 여인 미실을 천오백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적극적인 탐구 정신, 작가적 상상력, 호방한 서사 구조 속에 형상화해 냄으로써 그간 우리 문학에서 만나지 못했던 전혀 새롭고 개성적인 여성상을 그려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스럽고도 우아한 문체 속에 거침없는 성애 묘사가 소설과 역사를 읽는 묘미를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작품 세계
《꿈의 부족》에서 이미 자기가 누구인가를 묻고, 그 물음을 타파하려 자기를 떠났다 다시 자기로 돌아오는 방법적 순례자의 모습을 보여 주었고, 다채로운 글쓰기의 방식과 문체의 실험을 통해 문단의 비상한 주목을 예감케 한 바 있는 작가는 《미실》에서 한층 더 수준 높은 탐색을 통해 자기 삶의 표백에 국한되지 않는, 숙련공의 기질과 사상가적인 기질을 함께 구비한 작가적 역량과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작가는 작가 자신이 속한 지금의 한국 사회를 떠나 천오백 년 전 가상적인 또 하나의 역사 공간 신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우리의 역사이지만 단절된 그래서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신라의 여인 미실에게 상상력이라는 숨결을 불어넣는다. 《미실》은 신라시대, 왕을 색으로 섬겨 황후나 후궁을 배출했던 모계혈통 중 하나인 대원신통의 여인으로 태어나 진흥제, 진지제, 진평제를 색으로 섬기면서 신라 왕실의 권력을 장악해 간 미실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야기는 외할머니 옥진으로부터 온갖 미태술과 기예를 배우며 성장한 미실이 지소태후(진골정통)와 사도왕후(대원신통)의 권력 다툼 과정에 휘말려 자신의 잔인한 운명을 깨닫게 되고 사랑을 빼앗긴 후 스스로 권력이 되고자 하는 의지와 욕망에 충천해 냉혹한 여인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호방하고 장대한 서사 구조 속에 담아 냈다. 색을 통해 권력이 되는 미실은 전형적인 '팜므 파탈'의 면모를 보여 주나, 미실은 그러한 자기 운명에 충실하면서도 그것에 포박당하지 않았다. 동륜과 금륜태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음모를 꾸미는 한편 첫사랑인 사다함, 남편으로서 그녀에게 평생을 바친 세종전군, 미실의 목숨과 자신의 목숨을 맞바꾼 설원랑과의 사랑을 통해 운명을 뛰어넘어 본능에 충실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이 소설의 또 한 영역을 이루고 있다. '몽중설몽'을 비롯한 등장 인물들과의 다양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한 성애 묘사들은 그녀를 '팜므 파탈'로 단순하게 규정할 수 없게 만든다. 작가는 역사의 베일에 가려진 미실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신화적 인물로 그려내면서 수 가지로 재해석될 수 있는 풍요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자기 운명에 발목 잡혀 파멸을 길을 걷는 비운의여인이 아닌 자기 운명을 개척해 간 여인, 욕망과 본능에 충실하면서도 마녀나 요녀로 전락하지 않은 자유로운 혼의 여인으로서의 미실, 그리고 그런 여인이 가능했던 신라를 보여 주는 데 성공했다.
음란하고 방종한 나라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섬기고 모신 신라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여인 미실을 통해 욕망과 본능이 억압되고 왜곡된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란 무엇인지,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환기시키는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화랑세기
1995년 역사학자 이종욱에 의해 공개된 남당 박창화의 필사본 <화랑세기>는 아직도 첨예한 진위 논쟁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본래 <화랑세기>는 신라 화랑의 우두머리 풍월주 32명의 전기다. 신라 성덕왕 때의 학자 김대문에 의해 저술되어 <삼국사기> 등의 사서에 부분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는 <화랑세기>는, 신국(神國)으로서 신라의 모습과 그들 특유의 신국의 도(道)를 밝힌 독특한 저작이다. 하지만 학계의 진위논쟁 중에는 이러한 ?신국의 도?가 지나치게 음란하고 방종하다는 것이 <화랑세기>를 악의적인 위작으로 판명하는 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극히 제한된 금석문과 사료를 가진 고대사를 중세적 도덕관으로 재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야말로 그 시대를 실제로 살아본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으므로, 고대사는 여전히 우리의 무한한 상상력과 탐구를 요구한다. 이 소설은 <화랑세기>를 주된 질료로 하여 쓰였다. 나는 오로지 천오백 년 전의 그들을 작가로서 이해하려 할 뿐, 판단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려 한다.
▶ 미실
<화랑세기>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여인 미실은 지금, 우리 식의 도덕으로 해명할 수 없는 인물이다. 미실은 왕과 그 일족의 부인을 공급하는 계통으로서의 인통(姻統), 그 중에서도 대원신통의 여인으로, 진흥-진지-진평왕 3대를 색(色)으로 섬겼을 뿐만 아니라 숱한 남성들와 염문을 뿌린 우리 역사상 보기 드문 팜므 파탈이다. 스스로 권력을 얻어 전주(殿主)와 새주(璽主-옥새를 관장하는 지위)로서 내정을 장악하고 화랑도의 원화(源花)가 되는가 하면, 진지왕의 폐위에 중심적으로 관여하기도 했다. 미실의 부침과 인생 역정은 조선조 이후 급격하게 하락해야 했던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본디부터 그러하지는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비록 뛰어난 미모를 무기로 삼기는 했으나 미실은 언제나 스스로의 본능에 충실했고 운명에 굴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녀에게 기꺼이 복종한 신라의 신실한 사내들은 남성미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여준다. <화랑세기>의 신라는 음란하고 방종한 나라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섬기고 모시는 신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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