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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피면 등록일 : 2010-02-11 00:32

고독하지만 반짝이는 10대들의 8가지 선택!

동화작가와 소설가들이 함께 구성한 작품집. '그때 그, 일이 아니었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고 돌아보게 되는 전율적인 그 순간을 살고 있는 십대를 염두에 둔 8명의 작가가 펼치는 8인 8색의 이야기이다. 소소한 일상부터 운명의 갈림길까지, 다양한 무게와 색깔의 선택을 간접 경험함으로써 인간과 세상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표제작인 공선옥의 <라일락 피면>에서는 80년 광주의 봄. 풋사랑을 잃고 도청에 들어간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방미진 <영희가 O형을 선택한 이유>에서는 혈액형별로 짝을 정하자는 한 아이의 제안에 벌어지는 혈액형 공방을 담았다. 성석제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에서는 유명 화가와 전업주부를 스쳐간 운명의 장난을 통해 선택과 인생의 부조리한 관계를 꼬집고, 성공신화의 이면을 풍자하고 있다. 이 밖에 십 대 폐인의 방구석 탈출기를 그린 표명희의 작품, 사촌 누나에게 반해버린 소년의 이야기인 조은이의 <헤바(HEBA)> 등이 수록되어 있다.

세상에 동떨어진 느낌,나하나 세상에서 사라지면 모두가 행복할지 모른다는 여물지 않는 자아,정확하게 말하면 여물어 가는 과정의 나를 만나게 되었던 먼 기억 속의 날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행복하게 웃는 사람들 속에서 웅크린 모습으로 울고 있는 나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 불안정한 자아의 시간들을 만나는 시간을 우리는 청소년의 시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요즘 청소년이라는 말을 쓰기가 무색하게 아이들은 금세 어른이 되버린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게 다 쉬울 꺼라 여겼었던 어리석음은 어른이 되고 난 후에야 알게 된다.

분명 어른이라고 불리지만 여전하게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무엇인가를 버린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힘겨운 일이다. 그러기에 이 책 속에서 만나는 8편의 소설 속의 주인공이 결정하고 취하게 될 선택이 얼마나 아름다운 과정임을 안다. 청소년문학이라는 장르를 개척하는 창비의 새로운 시도에 반색하는 이는 나뿐만이 아니리라. 또한 좋아하는 작가들의 새로운 글들을 만나게 되어서 더 좋았었다.

선택이라는 말에는 책임도 따르고 후회도 따른다. 그 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달라졌겠지 하는 미련도 있을 것이고 내가 선택했으니까 최선을 다해야지 하며 열심을 내기도 한다. 여러 가기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보기에 대한 글들을 만나게 된다.

여전하게 아픔으로 남아있는 80년대 광주에 숨쉬는 10대 소년 소녀의 아름다운 몸짓을 그린 공선옥님의 라일락 피면,주관적인 해석으로 일반화 시키려는 무서운 여론의 패단을 혈액형이라는 소재로 유쾌하게 풀어간 방미진님의 영희가 O형을 선택한 이유 하나의 에피소드에 따른 두 명의 시선보기로 쓰여져 그 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달라지는 아이러니 하면서 그게 인생이라고 말하고 싶은 성석제님의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세상에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것은 결국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구와의 소통이었음을 말해주고 싶은 오수연님의 너와 함께,동성애적인 코드와 그 안에서 진정한 가족애를 만나게 하고 싶었던 오진원님의 굿바이,메리 개리스마스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 또 한 걸음 그 세상과 어울리며 눈물겨운 성장통을 앓고 있는 조은이님의 헤바,위압적이고 권위적인 세상에 당당하게 홀로 서려하는 자아를 표현하는 최인석님의 쉰아홉 개의 이빨,진정으로 세상과 소통하기를 열망하는 외톨이 족의 진심을 꺼내보려 했던 표명희님의 널 위해 준비했어.

8편 모두 참으로 눈부시고 아름다운 글들이었다. 책 속에서 나는 좌절하고 절망하는 청춘들을 본다. 그리고 그들의 새로운 도전을 향한 고분분투하는 몸부림을 느낀다. 그 몸부림으로 인해 몸과 영혼은 상처를 입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가 아물면서 성장하고 또 다른 자아로 태어나게 되리라.

누가 나와 함께 가주지? 처음부터 끝까지 나랑 같이 가줄 사람은 누구지? 중간에 떠나지도 않고,마음이 변하지도 않고,나한테 실망하지도 않고,나를 오해하지도 않고, 늘 함께 가줄 사람은 누구지? 125쪽
별은 빛나는 게 아리라 빛을 내기 위해 잠시 구져지는 것뿐이라고.그래서 인생이 쉽지 않은 거라고.구겨지는 게 인생이라면,난 마음껏 구겨질 거야.그래서 마음껏 빛나겠어.153쪽

이렇게 눈물겨운 문장이 이 책을 다 보여주지는 못하겠지만 고민하고 갈등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삶이라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그 아이들이 겪어내야 할 그리고 스스로가 결정해야 할 길고 험한 길에 좋은 친구가 될 만한 책이라 지나쳐도 좋을만큼의 강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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