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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등록일 : 2007-10-1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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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뒷골목 풍경》,《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등의 전작을 통해 한문학으로 일반인들과 인문학적 교감을 시도해온 강명관 교수가 조선의 역사를 만들어간, 책에 미친 책벌레들의 이야기를 화두로 해 조선시대 지식의 흐름을 전하고 있는 책이다.

조선시대에는 책이 유일한 지식의 저장고였고, 책은 대부분 지배계급의 독점물이었으며, 난해한 한문으로 기록된 것이었다. 가격 역시 만만치 않아 아무나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기에 자연스레 이념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조선시대의 책벌레들은 책을 통해 이념을 받아들였고, 조선시대를 이끌어나갔다.

저자는 금속활자로 조선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혁명완성을 꾀했던 정도전, 이단적인 사상을 탄압하고자 했던 정조 등의 이야기를 통하여 조선시대의 책 사랑과 그 책이 조선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책벌레들의 역사, 조선 지식의 역사
강명관 교수는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전달하거나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그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글쓰기를 한다. 이 책 역시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덧 당시 인물들의 면면이 뇌리에 스쳐지나가며, 옛책이 즐비한 서가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도대체 그 힘은 뭘까?

그건 아마도 지나치기 쉬운 것들에서 의미를 찾는 저자의 애정 어린 시선과 주제의식 때문이 아닐까 한다. 특히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인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뒤집어보기는 저자의 개성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예를 들어 본문 중 ‘박세당’을 다룬 “이단 아닌 이단자 박세당”을 보면 상식을 뒤엎는 말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우리는 평소 ‘조선 성리학에 반기’를 든 이단자로 ‘박세당’을 기억한다. 하지만 저자는 ‘박세당이야 말로 주자학의 충실한 계승자’라고 일갈하며, 그 증거로 그의 저서들이 주자의 방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음을 든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조선의 책벌레들 이야기’는 우리가 속빈 강정처럼 자랑해 대는 활자와 인쇄술의 허상을 직시하자고 일침을 가하는 것이 아닐지. 그리고 이와 함께 독자들은 결국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이 단순한 조선의 책 이야기가 아닌 조선 지식 역사의 큰 흐름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동안 쏟아져 나온 조선 이야기가 단순한 해설에 그쳤다며 아쉬움을 느낀 독자들이라면 이 책《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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