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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기획2] "아파도 참고 일해야".. 갈길 먼 산재보상 제도

조희원 기자 입력 2021-09-09 20:40:00 수정 2021-09-09 20:40:00 조회수 0

◀ A N C ▶

어제(8) 사업주들이 '서류상 쪼개기' 등의

편법으로 법망을 피하고 있고,

사업장 규모가 영세해질수록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 전해드렸습니다.



노동현장의 또 다른 고질적인 문제는,

사고 이후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산재 트라우마를 겪는 동료 노동자들은

홀로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희원 기자입니다.

◀VCR▶

여수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승남 씨는 매년 1월이 되면

간헐적인 흉통에 시달립니다.



지난 2013년 2월 7일,

함께 일하던 동료 A 씨가

압착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난 이후부터

시작된 증상입니다.



◀INT▶ 김승남

"1월 말이 되잖아요. 가슴이 조여오고 아파요.

2월이 되면 막 답답해서 숨 쉬기가 힘들 정도로

그래요. (그러면) 아, 왔구나. 돌아가신 그 날이

왔구나. 기일이 왔구나."



청소차 내부를 정리하는

마무리 작업을 하던 도중 일어난

끔찍한 사고였습니다.



벌써 8년이나 지났지만

영안실에 누워 있던

A 씨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INT▶ 김승남

"눈을 감지 않고 있어서 눈을 감기려고 하는데

안 감겨지더라고요. 결국 의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눈을 마사지해서 감겨주시는데 그 장면이

아직까지도 생생해요."



전형적인 PTSD,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지만,

회사에 치료비를 청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산재 인정을 받는 과정이

험난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C.G.)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전국 산재 신청 건수는 모두 12만 4천여 건으로,

이 중 11만 3천여 건이 산재 인정을 받아

90% 이상의 승인율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유형별로는 크게 달랐습니다.



업무상 사고인 경우에는

승인률이 높았지만, 질병의 경우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C.G.) 뇌, 심혈관 질환의 경우

37% 밖에 승인을 받지 못했고,

암이나 근골격계 질환은 60%대,

정신 질환의 경우에도 70% 대에 머물렀습니다.]



◀INT▶ 전경진

"(사고는) 거의 대부분 승인이 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업무상 질병 같은 경우에는

업무와 해당 상병간의 인과관계를 의학적,

과학적인 판단에 의해서 승인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승인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납니다.)"



특히 업무상 질병 유형 중에서도

PTSD로 산재 신청을 해 인정을 받은 경우는,

전체 산재 승인 건수의 0.03%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청을 해도 인정을 받지 못하니,

공상처리를 하자는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차라리 현실적이라는 인식이 높습니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된 겁니다.



◀INT▶

"책임을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 (사업주는) 부담을

굉장히 크게 갖기 때문에 웬만한 경우에는 '치료비

얼마 줄게. 이걸로 마무리 하자'라고 공상제안을

많이 해요.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그냥 그 정도

수준으로 받고 포기하자.."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산업재해에 내몰린 노동자들.



법의 보호막이 너무 얕은 탓에

트라우마와 함께 살아가는 길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MBC NEWS 조희원입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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