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N C ▶
어제(8) 사업주들이 '서류상 쪼개기' 등의
편법으로 법망을 피하고 있고,
사업장 규모가 영세해질수록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 전해드렸습니다.
노동현장의 또 다른 고질적인 문제는,
사고 이후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산재 트라우마를 겪는 동료 노동자들은
홀로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희원 기자입니다.
◀VCR▶
여수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승남 씨는 매년 1월이 되면
간헐적인 흉통에 시달립니다.
지난 2013년 2월 7일,
함께 일하던 동료 A 씨가
압착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난 이후부터
시작된 증상입니다.
◀INT▶ 김승남
"1월 말이 되잖아요. 가슴이 조여오고 아파요.
2월이 되면 막 답답해서 숨 쉬기가 힘들 정도로
그래요. (그러면) 아, 왔구나. 돌아가신 그 날이
왔구나. 기일이 왔구나."
청소차 내부를 정리하는
마무리 작업을 하던 도중 일어난
끔찍한 사고였습니다.
벌써 8년이나 지났지만
영안실에 누워 있던
A 씨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INT▶ 김승남
"눈을 감지 않고 있어서 눈을 감기려고 하는데
안 감겨지더라고요. 결국 의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눈을 마사지해서 감겨주시는데 그 장면이
아직까지도 생생해요."
전형적인 PTSD,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지만,
회사에 치료비를 청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산재 인정을 받는 과정이
험난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C.G.)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전국 산재 신청 건수는 모두 12만 4천여 건으로,
이 중 11만 3천여 건이 산재 인정을 받아
90% 이상의 승인율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유형별로는 크게 달랐습니다.
업무상 사고인 경우에는
승인률이 높았지만, 질병의 경우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C.G.) 뇌, 심혈관 질환의 경우
37% 밖에 승인을 받지 못했고,
암이나 근골격계 질환은 60%대,
정신 질환의 경우에도 70% 대에 머물렀습니다.]
◀INT▶ 전경진
"(사고는) 거의 대부분 승인이 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업무상 질병 같은 경우에는
업무와 해당 상병간의 인과관계를 의학적,
과학적인 판단에 의해서 승인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승인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납니다.)"
특히 업무상 질병 유형 중에서도
PTSD로 산재 신청을 해 인정을 받은 경우는,
전체 산재 승인 건수의 0.03%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청을 해도 인정을 받지 못하니,
공상처리를 하자는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차라리 현실적이라는 인식이 높습니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된 겁니다.
◀INT▶
"책임을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 (사업주는) 부담을
굉장히 크게 갖기 때문에 웬만한 경우에는 '치료비
얼마 줄게. 이걸로 마무리 하자'라고 공상제안을
많이 해요.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그냥 그 정도
수준으로 받고 포기하자.."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산업재해에 내몰린 노동자들.
법의 보호막이 너무 얕은 탓에
트라우마와 함께 살아가는 길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MBC NEWS 조희원입니다.
◀END▶
Copyright © Yeos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