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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증인.. 머나먼 바다 건너편에서도

조희원 기자 입력 2020-10-29 20:40:06 수정 2020-10-29 20:40:06 조회수 0

◀ANC▶

해방 직후의 한국은 혼돈의 공간이었습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엄청난 탄압의 대상이 됐던 야만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차별 없는 세상을 추구했던 일부 지식인들은 사회주의자, 나아가 빨갱이 라는 딱지가 붙은채 가족 친지 까지 고통을 겪어야 했는데요,



오늘의 증인 이자훈 씨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수MBC 특별기획 증인. 조희원 기자입니다.

◀VCR▶

◀INT▶

"차별 없는, 먹고 사는 데 차별이 없는 세상. 그 세상이 가장 인간다운,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아닌가. 이걸 이야기 하셨죠."



인구 6천 명이 살던 섬, 여수 금오도.



이자훈 씨의 집안은

섬에서 둘째가는 유복한 집안이었습니다.



1930년대 일본 메이지 대학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셋째 큰아버지는

이 씨의 아버지에게 사회주의를 가르쳤고,

형제는 함께 평등사회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INT▶

"한 200명 가까운 노동자, 근로자들과 같이 생활을 하면서... 똑같아요. 아버지 생활 하시는 게. 분배도 똑같이 하고. 금오도 자체가 하나의 마을 공화국 형태를 취했기 때문에 청년들이 그러한 이상의 꿈을 가지고 많이 접한 건 사실이죠."



평화로웠던 금오도는 1948년 10월 19일,

14연대의 봉기 이후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단 8일만에 여수까지 모두 탈환한 진압군은

좌익 세력의 뿌리를 뽑겠다며

남아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토벌작전을 단행했습니다.



당시 여수 건준의 핵심 멤버이자

인민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았던 큰아버지와

위원회 주축 세력이었던 아버지를 포함해,

이자훈 씨의 집안에서는

모두 8명이 숨졌습니다.



◀INT▶

"셋째 큰아버지. 그 다음에 저희 아버지. 우리 집안의 가장 장손인 사촌 형님. 두 번째 형님이 대구에서 학살당했죠. 세 번째 형이 지리산에서 빨치산 전사로 활동하다 돌아가셨습니다. 그 다음이 고모하고 고숙. 저희 사촌 형수의 아버지. 그렇게 해서 저희 집안은 여덟 사람이 학살을 당했습니다."



이 씨 집안 사람들의 비극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연좌제에 발목이 묶여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INT▶

"너는 요시찰인. 너는 이 대한민국에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 글이나 쓰든지 장사나 하든지. 한국에 있지 말고 미국에 가든지 일본을 가든지 어디로 가라고 그래요."



한일회담 반대투쟁의 주역으로

수배까지 받던 이자훈 씨는 결국 1968년,

일본 오사카로 밀항했습니다.



하지만 한시도 고향을 잊을 수 없었던 이 씨는

30여년 동안 재일교포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데 온몸을 바쳤습니다.



◀INT▶

"2세, 3세들이 여기서 태어나서 일본 교육을 받아놓으니까 정체성이 약해요. 역사 인식부터 먼저 바르게 잡아줘야겠다고 그래서 근현대사부터 내가 가르치기 시작한 거죠."



더 나아가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었던 이 씨는 1982년,

서일본에서 유일한 한국학 전문 서점인

서울서림을 개관했고,



이곳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민주화 운동가들의 사랑방이 되었습니다.



◀INT▶

"일본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기본적으로 다 왔어요. 리영희 선생을 비롯해서 백낙천, 고은, 그 다음에 황석영이라든지 조성우라든지 민주화 운동의 공헌자들은 거의 다 저를 거쳐 갔고..."



지난 2015년, 이자훈 씨는

서점 경영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47년만에 귀국했습니다.



지난해 서울유족회를 발족한 이 씨는

이제는 한국에서, 가려진 여순의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 여생을 바치고 있습니다.



◀INT▶

"대한민국 사회주의 운동자들의 8, 9할이 전부 잘 사는 천석꾼의 아들 아니면 전부 지식인들이에요. 그분들이 왜 그걸 지지했겠어요.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평등사회를 요구했다는 것은 뭐냐.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그런 거죠. 그것은 죄가 없는 거예요."



MBC NEWS 조희원입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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