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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에서 부르는 노래 등록일 : 2011-12-26 16:46
여름처럼 푸르지 않고
가을처럼 화려하지 않아서 좋다.
마지막 잎새마져 떨어지던 날
산 기슭을 지키던
키 작고 못 생긴 떡갈나무는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설움에 못이겨 쓰러졌지만
순백의 눈이 내려쌓이자
첫 사랑 연인 다시 만난 듯
빛나는 은빛날개 퍼덕이며
하늘에서 내려와 포근히 감싸주었다.
앙상한 가지 사이로 칼바람 불어도
녹을 줄 모르던 골짜기의 잔설은
봄처녀의 설레임처럼 아름답게 스러져
내 마음 깊은 골짜기로 약수되어 흐른다.
지난 가을 붉은 꽃 무늬 옷 벗고
이별의 손 흔들며 바람따라 떨어진
저 낙엽들의 숭고한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니
바윗돌에 채이고 등산화에 밟혀도
한 알의 밀알처럼 죽어서 다시 사는
끈질긴 자연의 복원능력이 있어
저리도 차디 찬 대지를 힘차게 뚫고 올라와
마침내 새 생명의 부활을 찬미하리라.
봄의 희망과 여름의 푸르름 가을의 열매와 겨울의 인내를 말 없이 가르쳐 주는 눈 덮인 겨울산은 무명 저고리속에 감춰진 어머니의 가슴처럼 신비하고 무한한 생명의 원시림.
감미롭게,
때로는 빠르게 혹은 느리게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내일의 희망를 노래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