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MBC

검색

커뮤니티 좋은생각

아이에게 등록일 : 2012-01-11 22:57

아이에게

아이야, 너는
하루에 얼마만큼이나
네 반짝이는 눈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흐르는 시냇물에
작은 발 깊이 담그고
굴러가는 모래알에 깜짝깜짝 놀라며
소리내어 웃어 본 적은 있니?
어쩌다 산길에서 마주치는
한두 포기 혹은 무더기로 피어나
바람에 살랑이는 들꽃들
그들 곁으로 한 발자국 더욱 가까이 서서
다정스레 그 이름 불러 준 적이 있니?
그리고 그 자리, 비록 작고 작은 것들이지만
밤마다 목을 뽑아 네 창문 고요히
두드리는 풀벌레들의 노랫소리에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스위치를 끄고
귀기울여 들어준 적이 있니?
네가 그들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어쩌면 차라리 잊고 지내도
하늘은 언제나
네 이마 위에서 푸르고
맑은 시냇물은 발 밑에서 끝없이 흘러가고
들꽃들은 멀리서도 그 작은 귀를 열어
네 목소리를 알아듣는단다.
이 너른 우주에 존재하는
참으로 모래알처럼 작은 것이라도 모두가
너의 목숨처럼 빛나는 소중함이란다.
마치도 보이지 않는 곳에 계시는
보이지도 않는 분이
그 커다란 눈과 귀로 너와 내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서로 사랑하며 그리워하는 것까지도
잘 닦여진 거울 보듯 깨끗이
알고 계시듯이 말이란다.
너, 아이야.
(이상윤·시인, 경북 포항 출생)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