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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관한시 (+감자의 맛, +국수가 먹고 싶다) 등록일 : 2012-01-31 23:01
+ 감자의 맛
통째로 삶은
하얀 감자를
한 개만 먹어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럽고
넉넉해지네
고구마처럼
달지도 않고
호박이나 가지처럼
무르지도 않으면서
싱겁지도 않은
담담하고 차분한
중용의 맛
화가 날 때는
감자를 먹으면서
모난 마음을 달래야겠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시인,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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