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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등록일 : 2012-02-07 15:36
어머니
지금은 피골만이신
당신의 젖가슴
그러나 내가 물고 자란 젖꼭지만은
지금도 생명의 샘꼭지처럼
소담하고 눈부십니다.
어머니
내 한 뼘 손바닥 안에도 모자라는
당신의 앞가슴
그러나 나의 손자들의 가슴 모두 합쳐도
넓고 깊으신 당신의 가슴을
따를 수 없습니다.
어머니
새다리같이 뼈만이신
당신의 두 다리
그러나 팔십 년 긴 역정(歷程)
강철의 다리로 걸어오시고
아직도 우리집 기둥으로 튼튼히 서 계십니다.
어머니!
(정한모·시인, 1923-1991)
+ 어머니
할아버지 사셨을 적부터 어머님은 광주리 하나로
살림을 맡았습니다.
설움으로 얼크러진 머리를
손빗으로 가다듬으며
살림의 틀을 야무지게도 짜냈습니다.
봄, 여름은 푸성귀로
광주리를 채우고
가을, 겨울엔 과일로
광주리를 채웠습니다.
그러나 어머님은
그 솔껍질 같은 손으로
광주리 한 구석에
내가 기둥나무로 자라기 바라는
기도를 꼭 담곤 했습니다.
내가 이만큼 자랐는데도
오늘 아침
어머님은
내 기도가 담긴 광주리를 이고
사립문을 나섰습니다.
(이창건·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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