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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등록일 : 2012-02-10 23:43

아버지

전영임


새처럼 가는 다리 백발의 아버지는

키보다도 더 큰 지게에

산더미 처럼 무거운 짐을 지시고

가파른 삶의 언덕길을 힘들게 오르셨지요.


밭 갈기도 힘든소

달구지 까지 끌게 할 수 없다시며

힘겨운 삶 여린 마음으로

당신께서 짊어져 나르셨지요.

술 한 잔 하시는 날이면

평소 못 하셨던 칭찬 풀어 놓으시고

언제 받은 지도 모르는 손때 묻은 상장

읽고 또 읽어 달라 조르셨지요.


시집 간 딸 사는 모습이 궁금하여

먼 길 기차타고 오시어

보약 두 재 건네주시며

이것이 나눠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라 하셨지요.


술한잔에 타서 불러 주시던 다정한 목소리

가슴으로 전해 주시던 말 없는 칭찬은

힘겨운 삶 고비 고비 마다

넉넉한 버팀목이 되었지요.


언제나 강인한 척 하셨지만

따뜻한 마음 들키기 일쑤였고

늘 침묵하고 계셨지만

과묵함 속에 경겨운 언어 숨겨두고 계셨지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생전에 아끼고 하지 못했던 말이

그리운 가슴에 메아리로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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