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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나무 등록일 : 2012-03-09 09:55

 
   

목련나무/도종환


그가 나무에 기대앉아 울고 있나 보다 그래서 뜰의 목련나무들이 새차게 이파리를 흔들고 있나 보다 살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사랑이었다 살면서 나를 가장 괴롭게 한 건 사랑이었다 그를 만났을 땐 불꽃 위에서건 얼음 위에서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숯불 같은 살 위에 몸을 던지지도 못했고 시냇물이 강물을 따라가듯 함께 섞여 흘러가지도 못했다 순한 짐승처럼 어울리어 숲이 시키는 대로 벌판이 시키는 대로 사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은 사랑이 가자는 대로 가지 못하였다 늘 고통스러운 마음뿐 어두운 하늘과 새벽 별빛 사이를 해매는 마음뿐 고개를 들면 다시 문 앞에 와 서 있곤 했다 그가 어디선가 혼자 울고 있나 보다 그래서 목련나무잎이 내 곁에 와 몸부림치고 있나 보다 도종환 1954년 충북 청주 출생, 충북대 국어교육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 1984년 "분단시대"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으로는 "고두미마을에서", "접시꽃당신", 등이 있다 1990년 제8회 신동엽 창작기금, 1997년 제7회 민족예술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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