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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 등록일 : 2012-07-11 10:21

장독/조정애

이제사 항아리에 장을 담겠네

둥근 창 열어 작은 길 내고
햇살 받아 근심 말리면
어둠뿐인 골짝은 어디던가

개질 듯한 꿈항아이
한세상 여닫으며
콩콩 찍어댄 심장살이
썩은 곰팡이에 메주를 띄울까

침묵의 가슴마다
숯으로 다스리고 붉은 고추로 빛을 내며
투박한 여인의 열두 치마폭
짚으로 허리 두른 옛 향기여

안개 낀 자리에 소금 절인 세월
눈물도 절이고 웃음도 절이며
장맛으로 다스린 어머니의 땅

둥근 창으로 길을 내고
햇살 모아 가슴 열면
달빛도 고여
별빛도 고여
장맛 드는 좋은 세상

이제사 항아리에 장을 담겠네.

-한국작가회의 시분과 내가뽑은 나의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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