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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보라 등록일 : 2012-09-07 10:17

운명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보라

얼마전 어느 잡지와 인터뷰를 했다.
최근 몇 년간 나에 대한 기사는
암 환자 장영희, 투병하는 장영희에 국한되어 있어서
그냥 인간 장영희, 문학선생 장영희에 초점을
맞춰 줄 것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런데 오늘 우송되어 온 잡지를 보니 기사 제목이
"신체장애로 천형(天刑) 같은 삶을 극복하고 일어선
이 시대 희망의 상징 장영희 교수"였다.
'천형 같은 삶?'
그 기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난 심히 불쾌했다.
어떻게 감히 남의 삶을 '천형'이라고 부르는가.
맞다.
나는 1급 신체 장애인이고, 암 투병을 한다.
그렇지만 이제껏 한 번도 내 삶이
천형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사람들은 신체장애를 갖고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 끔찍하고 비참하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솔직히 난 늘 내 옆을 지키는 목발을 유심히 보거나
남들이 '장애인 교수' 운운할 때에야
'아참, 내가 장애인이었지' 하고 새삼 깨닫는다.
영어 속담에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보라(Count your blessings)."
라는 말이 있다.
누구의 삶에든 셀 수 없이 많은
축복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는 말이다.
'천형'이라 불리는 내 삶에도 축복은 있다.
첫째, 나는 개나 소, 바퀴벌레, 지렁이가 아닌 인간으로 태어났다.
둘째, 내 주위에는 늘 좋은 사람들만 있다.
셋째, 내게는 내가 사랑하는 일이 있다.
넷째, 남이 가르치면 알아들을 줄 아는 머리와
남이 아파하면 같이 아파할 줄 아는 마음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어
책을 낼 수 있고 간간이 날 알아보는 독자가
"선생님 책을 읽고 힘을 얻었어요"라고 말해주는 것은
내가 꿈도 못 꾸었던 기막힌 축복이다.
그러니 누가 뭐래도
내 삶은 '천형'은커녕 '천혜(天惠)'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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