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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서라 등록일 : 2012-09-20 16:44

거기 서라!
우리 집은 다세대 주택이다.
아들이 좁은 골목에서
공을 차고 있기에, 좀 불안하다 싶었다.

쨍그랑!
역시나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너 이 녀석! 거기 서라!"

아들이 놀란 토끼처럼 저 만치 달아난다.
그러더니 벌써 몇 시간째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잡히면 꿀밤 몇 대 때리려고 했을 뿐인데..'

나는 보던 신문을 접어두고
초조하게 서성거린다.
내가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현철아!!"

집 주변을 30분이나 헤맸지만 아들을 찾지 못했다.
벌써 9시가 넘었는데 혹시 사고라도 당했을까
불안하고 초조하다.

조금 전에 본 초등학생 납치 유괴 사건 기사가
자꾸 떠오른다.

우울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이건 국이 타는 냄새인데!"

작은 방으로 도망치는 아들이 보인다.
배가 고파서 집으로 돌아와 김치찌개를 데우다가
끄는 것을 잊은 모양이다.

거실에 탄내가 가득한데도
화가 나야 하는데, 왠지 웃음부터 난다.

돌아와 준 아들이 고맙기까지 한 게
부모 마음인가?

- 김병우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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