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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관련 시 3편 - 김남주,김영랑,서정주 등록일 : 2012-09-30 00:25

추석 무렵

김남주(1946 ~1994)

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작하는 초저녁

 

나는 자식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아빠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뎅이로 하지?

 

이제 갓 네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게

듣고 나서

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 보았다

저만큼 고추밭에서 아낙 셋이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

 

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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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김영랑(1903 ~1950)

"오―매 단풍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니리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들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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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서정주(1915 ~2000)

추석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종일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보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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