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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안에 둘 것인가? 멀리 떠나보낼 것인가? 등록일 : 2013-01-29 09:21

품 안에 둘 것인가? 멀리 떠나보낼 것인가?

사랑에 빠진 큰오색딱따구리 한 쌍이
부지런히 새끼를 키울 둥지를 만듭니다.
드디어 둥지가 완성되고, 아내가 알을 낳습니다.
알을 낳으면 새의 가슴털이 동그랗게 빠지는데,
혈관이 집중되어 있는 가슴을 드러냄으로써
더 따뜻한 체온으로 알을 품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깃털이 빠진 부분을 포란반(抱卵斑)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자식을 알에서 깨어나게 하기 위한
부모의 지극한 사랑입니다.
부부는 교대로 알을 품고, 드디어 깨어난
새끼들에게 쉼 없이 먹이를 물어다 먹입니다.
자식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오색딱따구리 부부는 자식들과의 이별을 준비합니다.
그들의 이별 준비는 애틋하면서도 냉정하고 또한 단호합니다.
부모 새는 우선 먹이를 주는 횟수를 줄이고,
둥지 안에서 주던 먹이를 둥지 바깥으로 유인해서 줍니다.
바깥 세계와 홀로서기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또 부모 새는 새끼들에게 스스로 날아
먹이를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가르칩니다.
부모가 더 이상 먹이를 물어다주지 않자
새끼들은 결국 자신의 날개를 펴고 둥지를 떠납니다.
이것으로 새끼는 자신의 길 위에 서게 됩니다.
부모 새는 혹시 남아 있는 새끼가 있는지 둥지 주위를
한참 둘러본 후에야, 자신들도 숲으로 사라집니다.
이 부부 새의 자식 사랑이 보여주는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주어야 할 가장 큰 가치는 바로
'자식이 스스로 살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새끼가 홀로 삶을 개척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초목들의 자식 사랑도 그러합니다.
그들도 모두 자식을 더 멀리 떠나보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씁니다.
단풍나무는 열매에 프로펠러 모양의 날개를 달아
더 멀리 떠나보내려 하고, 소나무는 그 씨앗이
 발아래에 떨어질 위험을 피하려 합니다.
그리고 실개천 옆 고마리는
물길에 실어 자식을 멀리 떠나보내려 합니다.
이렇듯 자연은 자신의 새끼나 씨앗을 발아래 두려 하지 않습니다.
품을 떠나보내지 못한 새끼는 무서운 맹수나
맹금류를 피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해 위태로울 것이고,
부모의 발아래에서 발아한 씨앗은 결국 부모의 그늘에
살면서 부모와 햇빛을 나누고 양분을 다퉈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식이 스스로 서고 스스로 선택하도록
가르치지 못하는 부모의 사랑이 어찌 참다운 사랑이겠습니까?

『숲에게 길을 묻다』
(김용규 | 비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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